- 제작자정보
- 제작 : 민중언론 참세상 촬영 : 평등과연대를위한 광주민중행동 편집 : 조정민
그리고 3월 9일 그들은 집단 해고 되었다.
그 후 현재까지 130일이 넘게 그들은 광주시청 앞에서 자신의 일자리를 돌려달라며 싸우고 있다.
그들은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은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이 영상은 그들이 해고되기 전 날부터 6월까지의 투쟁을 담은 것이다.
우리가 시청에서 쫓겨난 후로는
우리 또래 아주머니만 봐도
괜시리 눈물이 났다
시청에서 쫓겨나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던 것이
도로에 흐드러진 이팝꽃만 봐도
보도블록 사이에 낀 민들레를 봐도 눈물이 났다
사는 것이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난생 처음 민주의 성지 광주시내를 돌며
무릎팍 꺾이는 칠보일보를 해보았고,
죽은 사람도 없는데 하얀 상복을 입고
목 놓아 피눈물을 흘리는 진혼곡을 불러도 보았다
단 한번도 군중들 앞에서 서 본적 없는 우리가
부르르 떨리는 다리로 노래를 부르고
투쟁사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청에서 쫓겨나기 전까지는
시청에서 쫓겨나 100일이 넘기 전까지는
출근 선전전을 하며 학교 가는 아이들이
출근하는 시민들이 부러웠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
아주 소박한 꿈이라는 것을 진짜 몰랐다
시청에서 쫓겨난 후로
나무젓가락, 종이컵, 컵라면, 일회용 컵들이
함부로 버려져선 안 된다는 것을
한번 쓰고 버려진 것들이 얼마나 서러운 것인지
시청에서 쫓겨나기 전까지는 진짜 몰랐다
길가에 쓰러진 민들레를 일으켜 세우며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부여잡고
쓰러진 것들 흔들리는 것들이 서러워 눈물이 났다
시청에서 쫓겨난 후로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던 것이
일순간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거나
큰 죄를 진 것도 아닌데
인권과 평화와 민주의 도시에서
술 취한 시청 공무원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아들들보다 더 어린 전경들에게 방패로 찢기고
염천의 아스팔트 바닥을 온몸으로 기어가며
광주시장에게 두들겨 맞고 고소를 당하고서야
비로소 모든 노동자가 단결해야 한다는 것을
모든 노동자가 하나여야 한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 광주시청비정규직 어느 노동자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