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태어난 지 18개월인 솔찬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가슴에 손을 얹는 시늉을 하고, ‘우워우어’ 중얼거리기만 한다. 어엿한 5살 어린이 솔재는 제법 의젓하게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른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30년이 넘게 이어져온 지나친 관행이다.
한번은 부모면담 시간에 선생님께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선생님, 애국조회 안 하면 안 되나요?”
선생님, 참으로 황당한 표정이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교육과정의 하나인 ‘애국조회’에 대한 문제제기가 참으로 기막히다는 표정이다. 돌아온 선생님의 답변은 그런 문제는 원장선생님과 의논해보란다. 결국 나는 이 문제를 원장선생과 의논하지 않았다. 돌아올 답변도 뻔하거니와 지루한 논쟁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돌아섰다.
국기에 대한 맹세나 애국조회 이따위 것들을 아직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이유는 무얼까. 꼭 필요한 교육과정인지도 의문이다. 애국조회 안하는 어린이집도 있으니까.
국기에 대한 맹세 달달 외운다고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게 되나?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부른다고 당신들이 원하는 애국자 되나? 개뼉다구 같은 소리 좀 그만하시오, 다들. 난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바쳐 국가에 충성’하기보다 친구들과 이웃들과 즐겁고 평화롭게 놀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국기에 대한 맹세 수정한다고 책상머리에 앉아 고민하고 국민들 세금 쓰는 거 대신 아이들 좀 안전하고 편하게 놀 수 있는 놀이터 좀 제대로 만들 고민을 하지. 제기랄!
여하튼 당신들의 ‘애국’을 더 이상 아이들에게 강요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무 의미도 없는 유치찬란한 국기에 대한 맹세도 더 이상 아이들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른들의 위선을, 당신들의 그 무모한 애국주의를 더 이상 아이들에게 가르치려 들지 마라. 아이들은 당신들보다 충분히 평화롭기 때문이다.
요즘 솔재는 아빠를 골려주는 방법을 발견(?)했다. ‘애국가’를 부르면 싫어한다는 것을 안 것이다. “도해물과 배뚜사이 마르고 다또록~” 이렇게 부르곤 자기혼자 킥킥대는 게 나를 골려주는 방식이다. 나도 굳이 싫다는 말을 이제는 안한다. 대신 이 노래를 불러준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근데 이 녀석 이 노래는 절대 따라하지 않는다. 얄밉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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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주 님은 솔재, 솔찬 두 어린이의 아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