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사제단)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명단을 추가 폭로한 가운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명단에는 김성호 국가정보원(국정원)장 내정자와 이종찬 청와대 민정수석 등 새정부 사정라인의 최고위급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삼성 비자금 의혹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논란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내일(7일) 김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어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인사청문회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을 최초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가 증인으로 채택될 전망이어서 주목된다.
민주당은 6일 인사청문회에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김 내정자에 대해 철저한 검증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은 "총선용 정치공세"라고 맹비난하며, 김 변호사와 검사 시절 함께 근무한 바 있는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을 증인으로 세워 맞불을 놓기로 했다.
한나라당, "청문회에서 김용철 허위폭로 사실 밝히겠다"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제단과 김 변호사를 겨냥해 "과거에 마녀사냥 식으로 여론몰이를 하며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총선을 앞두고 양심선언 형식으로 한나라당과 새정부에 대해 타격을 주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강 대표는 또 사제단의 추가 폭로와 관련해 "홍위병 식으로 특정정치세력을 음해하기 위해서 하는 낙선운동하고 똑같다"고 맹비난 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절대 부패를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은 용납 못 한다"며 "증거가 있으면 빨리 특검에 내고 필요하다면 특검으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김용철 변호사를 대신한 사제단의 추가 폭로를 '허위'라고 단정 짓고, 김성호 내정자의 '결백'을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오히려 김 변호사의 허위폭로 사실을 밝히겠다"며 "김 변호사와 같이 근무했던 홍만표 당시 검사를 증인으로 신청해 정정당당하게 김 내정자의 결백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회에서 홍 홍보관리관의 입을 통해 김 변호사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편, 김 내정자에 대한 의혹 제기도 적극 엄호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종찬-김성호-홍만표-김용철 등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한솥밥
한나라당이 '구원투수'로 불러들일 예정인 홍만표 홍보관리관은 김용철 변호사의 2년 후배인 사시 27회로, 두 사람은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홍 홍보관리관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검찰에 소환됐던 지난 1995년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바 있다. 김용철 변호사도 당시 수사에 참여해 김석원 쌍용그룹 회장이 보관하고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찾아내기도 했다.
당시 비자금 수사를 담당한 특별수사본부에는 사제단이 지목한 이종찬 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부장(당시 서울지검 3차장)을 맡아 수사를 총괄했고, 당시 서울지검 특수3부장이었던 김 내정자도 참여했다. 한편, 안강민 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있었다.
사제단은 5일 기자회견에서 김 내정자에 대해 "삼성의 관리대상으로 평소에 정기적으로 금품을 수수하였다"며 "김용철 변호사가 김성호에게 직접 금품을 전달한 사실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해 정형근 최고위원은 "김 내정자는 참여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청문회에서 다 통과된 분"이라며 "홍 홍보관리관을 통해 김 변호사의 주장이 왜곡되고, 허위이고, 악의적이라는 것을 밝힐 방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나라당이 이중작전 쓰고 있어"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한나라당이 이중작전을 쓰고 있다"며 "김 내정자도 김 변호사의 증인 채택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응당 김 변호사를 증인으로 채택해 김 내정자와 관련한 의혹을 밝히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내일 오전 양당 간사 간 협의를 거쳐 최종 인사청문회 계획을 확정지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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