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열린 쌍용차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은 물론 새누리당 의원들도 청문회에서 끝이 아니라 더욱 지속적인 사태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간적 제약과 구속력 부재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쌍용차 청문회에는 마힌드라의 고엔카 사장이 출석하지 않았고, 용역폭력 청문회에는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된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대표가 허리통증을 이유로 갑자기 불참을 통보했다.
▲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한상균 전 쌍용자동차지부 지부장 [출처: 국회방송 화면 캡쳐] |
청문회는 물론 국정감사 역시 증인의 출석에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야당 소속 환노위원들은 추가 증인 신청과 국정조사 실시, 후속 청문회 개최 등으로 이들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이어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후속조치와 추가조사가 더욱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러나 26일 오전, 새누리당 의원들의 입장은 달라져 있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청문회를 통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었다”며 국정조사에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에 심상정 무소속 의원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이완영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심 의원은 “청문회에서 드러났듯 쌍용차 문제는 정부의 실패고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국정조사와 소위 등 정부지원을 통해 노동자들을 공장으로 돌려보내는데 환노위의 역할을 방기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새누리당 당사앞에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는 쌍용차 노동자들 |
회의에서는 여야간 MBC 파업 청문회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여당 의원들은 “국회개원 합의 때 이미 약속된 사안이기 때문에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MBC 문제는 문방위에서 다뤄야 할 문제”라며 청문회 개최를 극구 반대했다.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은 “MBC는 보는 각도에 따라 정상화가 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이 사안을 다시 환노위가 다루게 되면 정치문제로 비화된다”면서 “노사문제는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도 “MBC 문제는 문방위에 속한 문제기 때문에 환노위가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서용교 의원도 “문방위 소속의 문제를 끌고 와서 회의진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다.
반면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새누리당의 이완구 대표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MBC 문제는 노사관계의 문제”라고 언급했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MBC 문제를 환노위가 다뤄야한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도 “MBC의 유능한 기자들이 MBC 아카데미에 발령받아 샌드위치 만들고 채소씻는 교육을 받는 부당노동행위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가 환노위에서 다뤄야 할 노사관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여야간의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감정싸움으로까지 격화되자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MBC 청문회는 보류하되, 국정감사에 김재철 MBC 사장과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라는 중재안을 냈고, 여야는 이에 합의했다.
결국 26일 환노위 정기회의에서는 쌍용차 청문회와 용역폭력 청문회의 미진을 이어갈만한 마땅한 후속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 쌍용차지부와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주장한 국정조사는 불발됐고 사상 유례 없는 파업과 보복인사로 얼룩진 MBC도 청문회 대상이 되지 못했다.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와 김재철 MBC 사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청문회와 마찬가지로 불출석 하더라도 마땅히 강제할 방법은 없다. 불법파견을 자행하고 유성기업 사태의 배후로 지목된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증인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지난 청문회에서 장하나 민주통합당 의원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오늘 한 지속적인 노력의 약속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하나같이 쌍용차 사태와 용역폭력 사태의 진상을 끝까지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 ‘끝까지’의 기회를 스스로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