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성명서연대’ 말고 뭘 더 해야 할까요?”

[2015총파업](3) 연대단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기자 말]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1년, 제주도 강정마을에 한 달 넘게 상주하며 취재를 벌인 적이 있었다.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평화활동가와 주민들은 매일 공권력과 충돌했고, 싸움은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곤 했다. 섬에 갇혀 외로이 지난한 싸움을 벌여야 해서일까. 그들은 언제나 육지에서 온 연대단위에 열렬한 호응을 보냈다. 특히 그들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곤 했다. 당시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와 김진숙 지도위원의 크레인 농성으로 분출된 ‘희망버스’가 한창이던 때다. 파란 작업복을 입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강정마을에 도착했을 때, 활동가와 마을 주민들이 내지르던 벅찬 환호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듬해 반가운 이야기가 들려왔다. 민주노총이 제주 강정마을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내걸고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이었다. 활동가와 주민들도 한껏 기대를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행사가 끝난 후, 뜻밖의 서운한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집회에 모인 500여 명의 참가자 다수가 공식 행사가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는 비보였다. 집회가 끝난 후, 해군기지 공사장 진입을 시도하며 공권력과 몸싸움을 벌이던 평화활동가들은 그 많던 사람이 귀신같이 사라지는 진풍경에 적잖이 놀랐을 테다. 사방이 바다로 막혀있는 섬 안에서, 그들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던 걸까?

지난해, 노점상 투쟁이 한창이던 지역에 취재를 간 적이 있었다. 용역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노점상을 덮쳤고, 길거리는 폭력과 비명으로 아수라장이 되곤 했다. 연대단체들은 돌아가며 저녁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얼마 뒤, 70만 노동자 조직인 민주노총이 집회를 주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처 집회현장을 취재하지 못한 탓에, 행사가 끝난 후 노점상 관계자를 만나 물었다. “민주노총이 집회 주최했다면서요. 많이 왔어요?” “30명 정도 왔어요.” “아...민주노총에서 30명 왔어요?” “아니요. 다 합쳐서 30명이요.” 그때 얼굴이 화끈거렸던 것은, 그저 오지랖 넓은 성격 탓 만일까.

국어사전에 따르면, [연대]라는 단어는 ‘여럿이 함께 무슨 일을 하거나 함께 책임을 지는 것’ 또는 ‘한 덩어리로 서로 연결돼 있음’을 뜻한다.


“총파업, ‘성명서연대’ 말고 뭘 더 해야 할까요?”

지난 2월 25일 오전,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 각계각층 62개 단체들이 모였다. 민주노총 4월 총파업 투쟁을 지지하고, 공동투쟁을 선언하는 기자회견 자리였다. 민주노총은 올해 총파업과 시민사회진영의 연대로 광범위한 투쟁국면이 조성될 것이라며 행사 취지를 밝혔다. 각 단체에서 참여한 1백여 명의 참가자들은 공동투쟁 결의문을 발표하고 “우리 시민사회운동 모두는 민주노총의 ‘노동자-서민 살리기’ 총파업을 전폭 지지하며, 박근혜의 독주를 멈추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공동투쟁을 조직할 것임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출처: 노동과 세계 변백선 기자]

얼마 전 기자회견에 참여한 62개 단체 명단을 받았다. 꽤 낯익은 단체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범국민 투쟁’이나 ‘범국민 선언’ 같은 행사에 꼬박꼬박 이름을 올리는 단체들이다. 노동, 농민, 빈민과 민중단체, 시민사회, 원로, 종교, 정당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총파업이 한 달 남짓 남은 상황에서, 민주노총 바깥의 연대단체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재미없는 주제라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편집국을 뒤로하고, 각계각층이 선언한 ‘공동투쟁’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민주노총 사무총국 활동가 A씨를 찾아갔다. “62개 단체 공동투쟁 준비 상황은 어떤가요?” A씨는 뭘 그런 것을 묻느냐는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냥 지지성명 내는 정도죠.”

그렇다면 직접 선언에 참여했던 시민사회진영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62개 단체에 이름을 올렸던 한 단체 활동가 B씨에게 연락을 했다. ‘총파업’이라는 단어를 꺼내기가 무섭게 “민주노총이 진짜 총파업을 한답니까?”라며 높은 관심을 보인다. 기자회견 이후 총파업 공동 대응 관련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느냐 묻자 “전혀 없는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거참 걱정 중에 걱정 이예요. 며칠 안 남았는데 답답하네요. 민주노총이 총파업 조직을 잘 해서 나라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데...”라며 걱정을 늘어놓았다. 총파업과 관련한 단체차원의 사업계획도 아직 마련된 것이 없다고 했다. 걱정과 관심은 많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답답한 모양이었다.

민중단체 활동가 C씨. 총파업 관련 공동투쟁 계획을 묻자 “그냥 지지성명 내는 거죠. 가능한 집회도 같이 참여하고요”라고 말했다. 다른 계획은 없느냐 묻자 “원래 96~97년 파업 때도 낮에 시민들이 거리 싸움에 같이 참여하곤 했다”며 “일을 안 하는 사람들은 파업을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단체 활동가 D씨. 그는 되려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뭘 하면 좋을까요?”

대다수 시민사회진영은 민주노총 총파업의 정세적 조건에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을 시작으로 하반기 ‘반 박근혜 전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집회에 깃발만 들고 참여하는 ‘깃발연대’나 ‘성명서연대’ 이외의 공동투쟁은 여간해서 쉽지 않은 모양이다. 민주노총 관계자 E씨는 “일단 (시민사회진영은) 총파업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관점인 것 같다”며 “대중조직인 민주노총과 시민사회진영은 사실 성격이 많이 다르다. 특히 시민사회진영은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활동방식에도 다양한 차이가 있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민주노총은 4월 16일을 총파업 돌입 날짜로 고려한 바 있었다. 이 날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는 날이다. 하지만 내부 일정상 불가피하게 총파업 날짜를 4월 24일로 연기하게 됐다. 세월호참사범국민대책위와 유족들은 참사 1주기를 맞아 예정대로 15일부터 18일까지 팽목항과 안산, 광화문 광장 등에서 추모집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총파업 일정과 일주일가량 차이를 두고 있지만, 시기적으로 맞물리는 투쟁이다. 그렇다면 개별을 넘어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는 걸까? 세월호국민대책위 활동가 E씨가 말했다. “총파업 날짜를 4월 16일로 요청했지만, 일정이 도저히 안 맞아 한 주가 미뤄졌어요. 그 이후로 민주노총과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고, 논의구조도 없어요.”

연대단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괜한 취재를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의기소침해 있을 때,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F씨였다. “저희가 내부 워크숍을 시작하려 하는데, 첫 번째로 총파업 얘기를 해보려고요. 공단에서 일하는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총파업’으로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요. 아무래도 민주노총 총파업이 반짝 투쟁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아서, 이후에도 공단 노동자를 상대로 총파업에 관한 기류를 만들어보고자 고민을 시작했어요. 내부에서는 인권운동이 총파업에 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와요.”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도 민주노총 총파업과 함께 투쟁을 만들어가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전장연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900일 넘게 광화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는 민중연대투쟁을 진행한다. 이들은 4.20투쟁을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과 함께 한다는 기조를 정했다. 전장연 활동가 G씨는 ‘대단한 건 아니다’라며 쑥스러워 하다가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열정적으로 깊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고, 일정이 맞물리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서 “우리가 파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투쟁의 기조도 ‘총 투쟁’이다. 물론 개별 사안이긴 하지만, 생존권 문제에 있어 민주노총 총파업과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 투쟁을 확대시켜 나갔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전장연은 오는 20일 민주노총 단위사업장 대표자 결의대회에 참석해 4.20투쟁을 알리고 지지와 연대를 호소한다는 계획이다.

예전과 비교해 최근 노농빈(노동자, 농민, 빈민)의 연대가 부쩍 강화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빈민단체 활동가 H씨는 “진보민중진영의 상설연대체인 ‘민중의 힘’이 상당히 어정쩡한 스탠스(위치)였다. 그래서 노농빈 단체가 지난해부터 간담회를 진행해 왔고, 올해 들어 회의 체계로 승격시켰다. 예전에는 공문 정도 주고받았다면 현재는 노농빈 연대를 대중적 연대로 확장시키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노농빈도 민주노총의 4월 총파업이 상당히 의미 있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어요. 총파업을 도화선으로 노농빈 연대를 확장해 민중진영으로 투쟁이 확산되는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진보연대의 경우 전국집행위원회 등의 회의를 거쳐, 총파업 조직화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역 실천단’에 결합하기로 확정했다. 한국진보연대 측은 지난 6일 열린 총파업 관련 토론회에서 “총파업 투쟁이 승리한다면 하반기 반 박근혜 전선이 확대될 것이라 보고 있다. 민주노총이 지역실천단 참여를 요청했고, 적극 함께하기로 결정했다”며 “총파업 지역 실천단이 11월 민중총궐기까지 투쟁을 지속하는 것을 목표로, 총파업 실현 방도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8일에는 300여 개의 민중, 시민사회진영이 총 집결한 ‘장그래 살리기 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비정규직 법,제도 폐기와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보장 등의 활동을 벌여나가기 위해서다. 이들은 4월 말~5월 초,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과 최저임금에 대한 전 국민적 국민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6월에는 전국 주요 도심을 거점으로 ‘10만 장그래 대행진’이 이어진다. (계속)

‘총파업 기획단’과 ‘총파업 실천단’으로 조직화 시동

민주노총도 여러 경로를 통해 내부 총파업 조직화에 나서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 위원장 직속 기구로 ‘총파업 기획단’이 구성된 상태다. 기획단은 민주노총의 현장 의견그룹들을 주축으로, 시민사회나 정당 등도 일부 참여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 I씨는 “현장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현장 의견그룹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며 “기획단 회의를 통해 현장 의견그룹의 여러 이야기를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자문기구’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는 셈이다.

기획단은 지금까지 총 3차례의 회의를 진행한 상태다. 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J씨는 “기획단은 제 단체들이 외곽에서 총파업을 지지,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기조직의 회원들이 총파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활동가 K씨는 “3차 회의에서는 현대, 기아차 등 완성차에서 총파업 찬반투표 분위기를 어떻게 잡아갈 것인지,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공무원연금 투쟁 준비를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현재 의견그룹이 모여 있는 기획단이 공조직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K씨는 “의견그룹마다 총파업을 바라보는 상이 조금씩 다른 면이 있다. 그래서인지 기획단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일부 의견그룹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여 제안을 받지 못했다’는 의견그룹을 비롯해, 기획단에 참여를 하기는 하지만 내부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단위도 있었다.

지역을 기반으로 총파업을 조직하는 ‘총파업 실천단’도 구성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 I씨는 “총파업 실천단은 조직화를 위해 꾸려진 실천대오다. 지역에서 총파업 조직, 선전, 교육 등을 해 나가게 될 것”이라며 “3월 말까지 구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현재 실천단 발족식을 끝낸 지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M씨 역시 “지역본부 및 산별연맹과 노동관련 단체등도 실천단에 결합하고 있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실천단 구성이 완료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계속 모집 중이지만 전국적으로 약 1,500명 정도가 결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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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업

    우리 나라 조직률이 양대노총 다 합쳐도
    10% 미만인데 그렇다면 민주노총만 총파업을 하고 있으면 한국노총의 조합원들은 그 시간 동안 뭘 하고 있을까요?

  • 김말이

    총파업? 왠지.. 답답함.

    현장 간부들도 가슴이 아닌 머리로 따져봐야 할것같은 잘 와닿지 않는 명분.

    정부는 언제나 그래왔는데.. 왜? 지금? 총파업?


    그러다 말것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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