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시위를 왜 할까?

사회운동포럼, 대안적 집회문화 직접행동 운동 언어에 대해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2일까지 진행될 사회운동포럼에 앞서 사전 기획 워크샵들이 진행되고 있다.

사회운동포럼에 참여하는 단체와 개인들이 사회운동의 혁신을 위한 성찰 과제들을 뽑아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구성된 '새로운 활동양식 기획단'은 8일 대중문화와 운동언어를 성찰하는 1차 '도움닫기 워크샵'을 진행했다.

  사회운동포럼에 참여하는 단체와 개인이 함께 사회운동의 혁신을 위한 성찰 과제들을 뽑아 대안을 모색해 보자는 취지로 구성된 '새로운 활동양식 기획단'은 8일 대중문화와 운동언어를 성찰하는 1차 '도움닫기 워크샵'을 진행했다.

집회, 시위를 왜 할까?

기획단은 역사 속의 집회, 현재의 집회, 해외 집회의 사례들을 훑어보며 집회문화에서 변화해야 할 지점에서 시작했다. 또한 운동사회의 성명서, 선전물 등이 대중에게 소외된 '외톨이 언어'가 아닌가에 대한 반문도 나왔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에너지를 발산시키고 위계를 없앨 수 있는 집회는 불가능할까?

신유아 문화연대 활동가는 다양한 사진 자료를 통해 '시위 문화'를 분석했고,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는 속칭 '운동권 언어'에 대한 자기 고민을 유쾌하게 풀어 놓았다.

사실 지금의 집회는 마치 짜여진 틀처럼 형식이 정해져 있다. 사전집회로 발언이 이어지고, 사회자가 바뀐 뒤 본행사가 시작되며 대표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온다. 민중의례 이후 주요 대표자들의 발언들이 이어지고 문화 공연들이 배치되고 성명서 낭독 후 주요 장소까지 행진한다. 경우에 따라 경찰들과 몸싸움이 있기는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무리 발언들을 몇 개 듣고 끝난다.

신유아 활동가는 사진 자료를 통해 해외와 한국을 비교하고, 한국도 80년대 이전과 이후의 사진 자료를 통해 비교했다. 과거 합법, 불법 논쟁이 필요 없을 만큼 집회나 시위를 한다는 것 그 자체가 결단을 요했던 시절과 지금은 분명 달라진 것이 있다.

단상이 아닌 음향 시설의 무대차 및 방송차량, 거친 플랑을 들고 두서 없이 행진하는 사람들과 달리 통일적인 색깔로 단체나 그룹을 표시하는 획일화의 현상들이 드러난다. 신유아 활동가는 "색깔이나 깃발 등으로 내용 전달과 여러 특징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으나 오히려 이런 획일성에 소속되지 않은 대중의 참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의 형식과 물품도 다양해졌다. 대규모 집회 뿐만 아니라 촛불문화제, 고공농성, 트랙터 시위 ,농민 농산물 시위, 택시 노조 차량 시위, 전국 행진, 스쾃(점거운동), 100시간 문화행동 등. 자전거, 우산 등 편한 생활용품을 이용해 제작된 시위 용품이나 봉투행동단 등.

신유아 활동가는 "시위 준비를 하다보면 도로교통법, 집시법 등에 걸리지 않을까. '법'의 부분들을 고려 하다보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대규모 집회 이상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드는 점이 있다"며 현실적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박진 활동가는 "외톨이 언어를 버리자"며 "운동사회에서 잘 쓰지 않는 언어, 일방적이고 격앙된 언어, 관성적이고 상상력을 잃은 언어, 관성적이어서 호소력을 잃은 언어, 대상을 구분하지 않고 과격하거나 선명하기만 한 언어" 등 피해야 할 것들을 제언했다.

  박진 활동가는 운동진영의 '외톨이 언어' 문제를 지적했다.

박진 활동가는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쏟아붇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시작해야 사람을 얻고, 사람들을 통해 힘을 얻게 될 것"임을 강조하며 "언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분노하되, 침착하고 평정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자"고 제언했다.

지금의 집회 문화 장, 단점이 있다

토론은 집회 언어 보다는 '시위, 집회 문화'에 집중됐다. 토론 과정에서 집회 문화의 장단점이 동전의 양면처럼 제기됐다.

집회의 형식이 바뀐다고 집회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집회, 시위는 민중들이 경험해야 할 민주주의의 장이어야 하는데, 종속된 느낌이 아닌 저항 주체라는 느낌을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내부의 위계를 어떻게 없앨거냐를 접목할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거 같다. 시민들과의 말걸기의 과정으로, 효과적인 전달을 어떻게 할까.

왜 꼭 마이크 든 사람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가. 대표자 얼굴 보러 집회에 오는 것도 아니다. 마치 애국조회식 발상같다.

하고 싶은 얘기를 하게 만드는 집회로.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면서 중앙이 집중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알아서 꾸미고 참여하는 느낌으로 집회 준비를 하는 주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도움닫기 워크샵' 참가자들은 현재의 '집회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워크샵 참가자들은 오는 18일 노동자 대회와 계속되고 있는 이랜드 집회 등 예정된 집회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자며 의지를 모았다.

기획단의 2차 도움닫기 워크숍은 '조직내 민주주의와 소통'의 주제로 10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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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운동포럼 , 집회문화 , 새로운 활동양식 , 도움닫기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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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뾱뾱이

    잘 읽었습니다. 음. 그런데 기사를 읽고 보니 기사 제목을 '집회, 시위를 왜 할까'보다는 '집회, 시위를 어떻게 할까'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집회와 시위의 전반적인 목적이나 의의에 대한 이야기기보다는 태그에 나와있듯이 집회문화나 새로운 활동양식에 대한 이야기에 가까우니까요. (전자와 후자가 정확히 분리되는 영역은 아니더라도;;)

  • 피에로

    좋은 포럼이네요.

  • 으흐

    기사를 수정해주셔야 할것 같네요. 박진활동가는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가 아니라 다산인권센터 활동가입니다.

  • 라은영

    이럴수가.. ^^; 제가 세~게 실수 했군요. 수정합니다.

  • 비비

    애국조회식 집회, 필이 꽃히는 발상이네요
    유인물의 내용도 그래요, 구호 과격한 구호 위주고
    대중을 마취시키는 선동가가 없어요, 좌파에게는

  • 아르뛰르

    도움이 되길 바라는 집회 경험담.
    90년 노대는 안암고대에서 열렸습니다. 여러번의 장소가 바뀌어 이러저리 헤메이다 담넘어 고대에 들어갔었습니다.
    1박2일간의 고립생활이었습니다. 갖은 돈도 없었지만 집회장소는 경찰에게 포위되어 배채우기도 힘들었습니다. 긴 줄을 서서 겨우 산 사발면에 물을 잔뜩부어 물배채우던게 기억나네요.
    사정이 그랬지만 사람들의 얼굴을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상하게도 밝았씁니다.
    집회 주관단체(전노협)의 주장만 나열된 것이 아니라 각종 정파들의 주장이 대자보로 프랭카드로 외침으로 주장되었습니다.
    집회 끝나고 집으로 가는 버스에 전경의 검문이 들이 닫혔을때 갖고있는 문건을 기꺼이 숨겨주던 사람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그때는 집회한다고 데모한다고 욕을 먹지 않았던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유명한 얘기가 있지요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는다"는 말이요(직접인용은 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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