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원협회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 보장률을 90%로 높이기 위해서는 1인당 건강보험료를 3배 인상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90%로 높아질 경우, 의료 쇼핑 등 의료 수요가 급격하게 높아져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와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에 비해 훨씬 많은 건강보험재정이 필요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증가율 OECD 최고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건강보험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올리기는커녕 유지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의료비는 2007년 현재 GDP 대비 6.8%로 OECD 국가 평균인 8.9%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의료비 증가율은 1992년에서 2003년까지 6.9%로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이 2-3% 정도인데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이에 주로 보험료 인상을 통해 건강보험부담은 2004년에서 2007년까지 누적 49%가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보장률은 61.3%에서 64.6%로 3.3%밖에 증가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와 민주당의 주장대로 재원을 조달하여 일시적으로 보장률 90%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의료비는 계속 상승하여 다음 해에는 더 많은 건강보험재정이 필요할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보고서의 주장에 타당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의료비 상승을 간신히 따라가고 있는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의 문제를 모른 척 하자는 것은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병원협회가 할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할 것은 의료비 상승의 문제이다. 의료비 상승의 원인은 무엇이며, 이것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
의료비 상승의 주범은 바로 대형병원
의료비가 상승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의료비가 많이, 그리고 필요 이상으로 지출되고 있는 곳은 바로 대형병원이다. 이른바 ‘빅4 병원’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급받은 건강보험급여는 2001년 4천68억 원에서 2006년에는 9천685억 원으로 5년 만에 2.4배로 늘어났다.
이러한 재벌 병원들이 주도하는 병원의 대형화, 고급화는 의료비 상승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1990년 전후로 재벌 병원들이 설립되면서, 3차 의료기관 간의 병상 확대와 고가장비 구입 경쟁이 격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3차 의료기관은 자신의 역할이 아닌 경증 외래환자들에 대한 고가진료와 서비스 과잉 제공, 새로운 비급여 개발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했다. 정부는 이를 규제하기는커녕 1990년 진료권역별 병상 수 상한제 폐지와 병상 신증설 절차 완화, 1998년 진료권역 폐지 등 이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의료비는 증가하게 되었고, 의료전달체계는 와해되었으며, 의료 시설의 지역적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한편, 3차 병원의 영리추구행위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와해는 우리나라에서 1차 의료가 발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3차 병원에 경증 환자가 몰리면서 1차 의원들은 살아남기 위해 영리추구에 더욱 골몰하게 되었고, 정보를 많이 갖지 못한 환자들은 의사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의료 쇼핑’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이는 곧 의료비 상승과 연결되기도 한다.
결국 의료비 상승과 그로 인한 국민의료비 증가, 의료전달체계 파괴로 인한 1차 의료의 위기를 일으킨 주범은 대형병원이다. 따라서 대형병원의 주장처럼 의료비 상승이 우려되기 때문에 보장성 강화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병원의 과도한 영리추구행위를 근절하여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고, 건강보험 보장률도 높여야 한다.
의료공급체계를 바로잡아야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의료는 영리추구의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공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제공되어야 한다. OECD 국가들 평균 공공병상 비율이 73%에 이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공병상 비율은 겨우 10% 정도로, 대부분의 의료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민간의료기관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공공병원을 확충해서 의료가 공공적 성격으로 제공되어야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고 의료비 상승도 억제할 수 있다. 대형 민간 병원에 대해서는 병원 신증설 규제 강화와 지역별 병상총량제를 다시 도입하여 병원의 무분별한 대형화를 억제해야 한다.
한편,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수가체계는 병원의 영리추구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이를 변화시켜 병원의 과도한 영리추구경향을 제어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병원이 의료행위를 할 때마다 보상을 하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심사에서 삭감되지 않는 선에서, 환자에게 필요한 것 이상으로 의료행위를 늘리려고 한다. 이는 국민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의료비를 상승시키는 주요한 요인이다.
또 하나 중요한 수가체계의 문제점은 국가가 통제하지 않는 부분인 ‘비급여’이다. 비급여 영역은 급여 영역과 달리 심사도 받지 않고, 의료기관이 그 가격을 임의로 정하므로 의료기관이 마음껏 영리추구를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입원의 경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전체 비급여서비스 비용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들은 그동안 규제가 지속적으로 완화되면서 병원의 이윤을 위해 부당하게 늘어왔던 비용으로 폐지되어야 한다. 또한 병원 간의 과도한 고가장비 구입경쟁과 이로 인한 과잉진료, 새로운 비급여 발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대한병원협회 보고서의 결과는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관의 영리추구경향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노골적으로 허용하는 의료민영화가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