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무상의료 정책과 비용 논쟁
민주당은 지난 1월 6일 “건강보험보장성강화 방안”을 당론으로 확정하였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주요 내용은 입원진료비의 건강보험부담률을 90%까지 높이고(현행 61.7%), 본인부담 상한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낮추어(현행 최고 400만원) 실질적 무상의료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가로 현재보다 30조원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민주당의 무상의료를 인기 영합주의, 세금폭탄 혹은 재정적자를 발생시키는 정책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용 논쟁은 한국 보건의료의 핵심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보험료가 계속해서 인상되어 왔는데도 불구하고 보장성 강화가 미약한 수준에 머물렀던 이유는 병원, 제약, 보험 등 의료자본의 이윤추구로 의료비가 급격히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료서비스의 제공을 대부분 민간에 맡겨 의료서비스가 공공적으로 제공되지 못하고 이윤추구의 대상이 되어왔던 역사와, 그에 따라 높은 의료비는 병원, 제약, 보험 자본의 이윤으로 새어나가고 건강보험 보장성은 높아지지 않는 현실이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어떻게든 재원을 마련해서 새어나가더라도 일시적으로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며, 한나라당은 계속해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민중 건강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신자유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민주당
무상의료만이 아니다. 민주당이 2009년 초안을 발표하고, 2010년 본격적으로 평가토론회와 당원교육을 하고 있는 <뉴민주당플랜>은 ‘포용적 성장’과 ‘기회의 복지’를 내세우며, 무상급식, 영유아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의 복지정책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뉴민주당플랜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기본 틀을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뉴민주당플랜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민주당의 지상과제다”라고 선언하면서도 실현 방안으로 ‘한국형 유연안정성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완화 정책과 교육, 의료, 주택 관련 공공정책을 병행해야 노동유연화가 용이하다는 뜻이다. 민중의 삶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자, 이를 포섭하기 위해서 제시되는 일부 정책을 가지고 민주당의 변화를 운운하는 것은 지극히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해석이다.
민주당 무상의료 정책의 문제점 : 자본 제어, 의료민영화 저지 없이는 무상의료 불가능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은 노무현 정권의 보건의료 공약을 떠올리게 한다. 노무현 정권은 보건의료 공약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80%로 확대, 공공병상 30%까지 확대, 총액예산제 등을 걸고 당선되었다. 하지만 공공병상 수는 오히려 감소했으며, 1인당 보험료가 79% 인상되었음에도 건강보험 보장성은 59%에서 64%로 겨우 5% 증가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대형병원, 민간보험, 제약회사의 이윤추구행위를 억제하여 의료비 상승을 제어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은 이를 억제할 능력도 의지도 갖추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을 키우고 자본의 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의료민영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다.
무상의료를 제시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제시하고 있는 무상의료 정책에 자본을 제어하는 전략이 부족한 이유이다. 필수 의료 중 비급여 의료를 전면 급여화하자고 하지만 병원이 이윤추구를 위해 부당하게 취하고 있거나 무한정 확대하고 있는 비급여를 통제하는 방안은 없다. 건강보험 지출 중 약제비 비율이 30%에 이르지만 다국적 제약회사의 폭리에 대해서는 눈 감고 있다. 심지어 민간보험회사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해야 할 동반자로 인식한다. 재원 마련 방안에 있어서는 국고지원 확충 외에 기업의 부담 강화, 현재 역진적인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를 누진적으로 바꾸는 것, 건강보험료 상한제 폐지 방안이 빠져 있다. 자본을 통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정권이 병원자본과 한판 전쟁을 필요로 하는 총액계약제, 공공병상확충, 병상총량제 등을 추진할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역사와 뉴민주당플랜에서 찾을 수 있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은 운동의 쇠퇴를 불러올 뿐이다
신자유주의를 불변의 현실로 인정했던 노무현 정권이 약속했던 보건의료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의료민영화를 추진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민주당의 무상의료는 노무현 정권 보건의료 공약의 확대판이다. 의료비는 계속 오르고, 실업과 저임금을 오가는 노동자가 증가해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일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욱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료자본 통제, 의료민영화 저지가 없다면 무상의료는 결코 실현할 수 없다. 그리고 실제로 이것을 현실화하려면 자본을 포함한 보건의료 기득권 세력과의 강력한 한판 싸움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투쟁을 통해 형성된 힘을 바탕으로 ‘질병의 사회경제적 원인’인 저임금, 불안정 노동을 해결하는 길로도 나아가야 한다.
누가 민주당이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건의료운동의 일부는 민주당의 무상의료 정책이 운동의 요구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지지 및 참여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대는 그것을 뒷받침하는 물질적인 힘, 즉 자기 계급이나 강력한 운동이 없으면 매우 취약하다. 정책연합에 참가했다가 그것이 실현되지 못하거나 변질될 경우, 자주적인 힘을 형성하지 못한 운동은 분열하고 쇠퇴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운동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참여해서 겪은 뼈아픈 교훈이 있다. ‘민주당 견인’이라는 미망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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