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교육과학기술부는 평준화 실시지역 지정 권한을 기존의 ‘교과부령’에서 ‘시도 조례’로 이전하면서, 평준화지역 지정요건으로 ‘지역주민 3분의 2이상 찬성’이라는 항목을 삽입하겠다고 하였다. 서울과 경기도 교육청에서의 평준화 요청에 대한 반응인 셈인데, 언뜻 보기에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제도를 도입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곰곰이 살펴보면 진보교육감들을 견제하기 위해 기득권을 이용해 민주주의를 악용하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교과부의 평준화 지정 권한 지자체 이전은 평준화 허용 않겠다는 의지
우선 평준화 지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전하는 것은 ‘교육자치’의 정신에 어긋난다. 보수적인 지방의회를 통해 진보교육감을 견제함으로써, 진보적 교육정책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지역주민 2/3 찬성’ 조항은 기존의 비평준화 지역에서 평준화를 실시하는 것을 쉽게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처음에 비평준화는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를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중등교육 정책은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었다. 1970년대에는 입시과열과 서울인구 분산을 위해 정책적으로 평준화가 실시되었는데,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기에는 입시과열을 막기 위한 ‘과외 금지’ 조치와 더불어 영재교육을 위한 특수고교 설립을 추진하였다. 이후 지방 명문고를 유지하려는 지역적 이해관계로 평준화의 확대가 지지부진했지만, 평준화에 대한 요구는 지속적으로 있었다. 각종 특수목적고가 생겨나고 고교서열화와 고입 입시과열, 사교육과열 등이 생겨나면서 이로부터 소외된 학부모와 학생들은 평준화를 통해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역주민 2/3 찬성’ 항목, 비평준화 기득권 옹호를 위한 것
이처럼 애초에 비평준화 지역이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정해진 것이 아닌 한, 만약 고등학교 교육제도의 미래를 지역주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면, 우선 결정해야 하는 것은 ‘평준화냐 비평준화냐’이다. 그런데 비평준화를 이미 주어진 것으로 두고, 평준화로의 전환 조건을 ‘지역주민 2/3 찬성’으로 강화하는 것은 비평준화라는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출발선 자체가 공정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평준화 지역에서 특수목적고 도입 등 고교서열화 정책을 도입할 때 ‘지역주민 3분의 2이상 찬성’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교과부는 과연 찬성할 수 있을까?
지난 교육감 선거를 통해 수도권에서 진보교육감들이 당선되고 고교평준화, 학생인권보호 등 다양한 교육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마당에, 마치 권한이양을 통해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민주적 절차를 도입하는 것 같은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교과부는 실제로는 겉만 번지르르한 제도도입을 통해 교육혁신을 방해하고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의도를 지니고 있음이 틀림없다.
경쟁교육 강화하는 구시대적 교육으로는 한국 교육의 미래 어두울 뿐
과반수의 지역주민이 찬성하고 있고 또 교육감 선거를 통해 그 의지를 표현한 바 있는 평준화 지정에 대해 딴지를 거는 것은 민주적인 정부가 할 짓이 아니다. 눈만 뜨면 창의력이니 사고력이니 자기주도학습이니 하는 말을 내뱉으며 교육개혁을 말하는 정부와 교육부가 이러한 능력의 향상과 무관한 국,영,수 중심 교육에 목매달고 있고, 교육방식 및 내용의 다양화와 다양한 진로교육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다양한 요구를 뭉개면서 특목고, 자사고, 외국어고 등 입시전문고교의 확대를 통해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구시대적 교육이 지속되는 한 한국교육의 미래는 후진성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이제라도 학생들이 의미 없는 성적경쟁에서 벗어나도록 하고, 학교를 시대적인 요구에 맞는 다양한 지식학습과 체험의 장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서둘러 평준화를 전면화하고 학교교육도 혁신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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