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에서 버스파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던 때에 한반도 주변국인 일본에서 큰 재해 사건이 일어났다. 지진에 이은 쓰나미라는 자연재해와 핵발전소 폭발이라는 인공재해가 겹치면서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고 또 피해는 앞으로도 계속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지진과 쓰나미의 여파는 점차 진정되고 있지만, 핵발전소 사고는 아직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피해를 가져다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피해 범위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방사능 피해
일찍이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ich Beck)은 핵사고와 같이 그 피해범위를 한정하기 어려운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라고 불렀다. 사실 자동차사고, 붕괴사고, 화재, 산업재해 등 전통적인 위험들은 보험을 통해 피해액을 산정하고 보상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많은 보험회사가 이들 위험에 대해 보험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렇지만 핵발전소에서 누출되는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보험이 불가능하다. 피해의 범위를 가늠하기도 피해액을 산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바람과 기류를 따라, 빗물을 따라, 해류를 따라 곳곳으로 퍼져가는 방사능에 따른 피해를 인간이 어떻게 통제하고 계산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2007년 태안반도 앞바다에서 발생했던 유조선 충돌에 따른 원유유출 사고도 그 피해범위를 가늠하기 힘든 것이었다. 많은 국민들의 자원봉사로 해안지역의 복구가 이루어지는 등 겉모습은 예전 상황을 회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생태계의 장기적인 피해와 이에 따른 인명 피해는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기 어렵다.
핵발전 안전성 홍보하는데 만 열 올리는 한국
이처럼 현대사회의 위험은 사고에 따른 부담을 안고 진행되는 것인데, 특히 이번 핵발전소 사고는 최고의 기술력을 자부하면서 사고 확률이 매우 낮다고 장담해온 일본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과학기술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가 치명적인 인명피해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었다. 이처럼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핵발전의 위험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재정권 하에서 시작되었던 핵발전에 대해 지금까지도 정부와 관련 기관들은 핵발전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핵발전소 사고가 난 지금도 한국원자력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는 ‘핵에너지는 행복한 에너지’라는 홍보문구가 버젓이 첫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 일본 사람들이 과연 행복하다고 느낄까? 아니 방사능을 걱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연 행복하다고 느낄까?
대국민 기만 커넥션으로 핵발전 위험 불감증 만들어
이처럼 국민들이 핵발전의 위험성에 대해 불감증을 느끼도록 하는 데에는 핵발전과 관련된 다양한 이해당사자들 간에 존재하는 모종의 대국민 기만 커넥션이 중요한 기능을 해왔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정부는 공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핵발전에 의존해왔다. 지금은 핵폐기물 처리비용 등을 고려하면 핵에너지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과거 군사정권 하에서는 핵발전소 건설도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고 핵폐기물 처리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았기에 ‘핵에너지는 값싼 에너지’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래서 핵발전소 건설을 추진한 정부와 산하기관들(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문화재단 등), 산업에너지를 값싸게 공급받기를 원했던 기업주(자본가)들, 핵에너지 연구를 통해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원자력연구소들, 그리고 이들로부터 프로젝트를 받아온 대학교의 관련 학과들과 연구소들 등 많은 기관과 사람들이 핵에너지의 개발과 연관되어 있다. 이처럼 소위 ‘밥줄’로 끈끈이 연관되어 있어서 모두가 핵에너지의 위험성을 감추면서 안정성을 홍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정부는 소위 전문가들의 편향된 주장만 믿고 핵발전소를 늘리면서 에너지 소비를 부추기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제는 핵에너지산업을 해외수출을 위한 국가전략산업으로 삼고 있기까지 하다.
핵발전 부정적 여론에, 불가피론 주장
정부는 그동안 교과서와 학교교육을 통해서 끊임없이 핵에너지의 안전성과 불가피성을 일방적으로 교육해왔다. 그리고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은 대중매체를 통해서 엄청난 광고비를 쏟아 부으며 핵에너지가 안전한 에너지이며 청정녹색에너지라고 선전해왔다. 자본과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온 보수언론들도 이러한 입장을 적극 옹호해 왔는데, 최근 한 보수신문에서는 일본 핵발전소 사고로 핵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고생들의 투고 형식을 빌려 핵발전의 불가피성을 선전한 바 있다. 이들은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천편일률적으로 에너지가 부족한 한국의 현실에서 핵에너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런데 현실은 핵에너지가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의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하면서 이제 우리는 당장 중국의 해안지역 곳곳에 건설된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국내 핵발전소의 안전성을 장담하던 정부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중국의 핵발전소에 대해서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까?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OECD 평균의 10분의 1수준
사실 그동안 핵에너지 개발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부지선정을 위해 쏟아 부었던 돈 일부라도 태양력, 풍력, 수력,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사용했더라면 지금과 같이 핵의 위험성에 덜 노출되며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힘써왔는데, OECD자료에 의하면 2009년 기준으로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아이슬란드 83.4%, 캐나다 17.0%, 독일 10.0%, 미국 5.7%, 일본 3.4%, 한국 1.6%이며, OECD평균은 15.2%이다. 우리 정부는 뒤늦게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 정도로 올리겠다고 나서고 있다. 결코 싸지도 안전하지도 않는 핵발전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에너지 절약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며, 시민들도 안전한 에너지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실천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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