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은 지지 않았다

[기고]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 평화활동 후원주점

2012년 11월 28일, 새누리당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제주해군기지 예산 2009억을 야당없이 단독으로 처리했다. 2012년 12월 19일, 제주 해군기지를 강행하겠다는 박근혜 후보가 대한민국의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2013년 1월 1일, 헌정사상 최초로 정부 예산안이 해를 넘기는 진통끝에 통과되었다. 여야는 제주 해군기지 예산 2009억 원을 전액 통과시키면서 부대조건으로 70일간의 검증과 국회보고를 문서로 합의했다.

2013년 1월 31일,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한 제주해군기지의 설계오류 시뮬레이션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발표되었다. 돌제부두1)가 없는 상황을 전제한 시뮬레이션이었기 때문에 설계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밝히면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 운동은 분명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매일 수 십대의 레미콘이 시멘트를 실어 나르고 있고 학교 건물만한 시멘트 구조물 케이슨2) 십 수개가 바다에 둥둥 떠 있다.

보름 전쯤 강정을 방문했을 때, 해군기지 공사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콘도 옥상에 올라 공자현장을 바라보며 몇 분을 멍하니 서 있었던 적이 있다. 구럼비 바위가 보이지 않았다. 삼발이라고 불리는 시멘트 구조물 트라이포트 수 천 개가 구럼비 바위를 뒤덮고 있었다. 공정률 따위를 어떻게 산정하는지 알 수 없지만 해군기지 건설 공사는 상당히 진척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는 새벽 4시가 다 된 지금에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 현장에는 평화지킴이들이 레미콘 차량 앞을 막아서고 경찰을 연행 위협을 받으며 끌려나오고 밀려나 고착을 당하고 있다는 문자가 날아온다. 공사장 정문 앞에서 매일 수 백 번의 절을 하고 경찰이 밀어내면 소리 지르고 항의하다 경찰이 물러가면 다시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강정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무엇이 이들을 강정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어떤 이는 살아 있는 구럼비의 영혼이 이들을 발목을 꽉 잡아 두고 있다고도 하고, 누구는 남방큰돌고래의 노래가 이들의 발길을 돌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3박 4일 제주 여행을 왔다가 1년 넘게 눌러 앉은 대학생, 아예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모든 짐을 꾸려 강정마을에 터를 잡은 엄마와 딸, 잘 나가던 직장을 미련 없이 뒤로하고 강정마을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살고 있는 IT 전문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생명평화미사를 봉헌하면서 아예 공동체를 꾸려 강정에 뿌리를 내린 수도회 사제들, 6년간 흔들림 없이 강정의 평화를 위해 생업도 뒤로 하고 공사현장을 지키고 있는 강정주민들.

하루에 세 끼를 구럼비 강정해변으로 가는 삼거리 천막 식당에서 밥을 먹고 마을회관 단체숙소에서 편치 않은 잠을 자면서도 강정을 떠나지 않는다. 제주 밀감을 세상에서 가장 귀한 간식으로 여기고 맑은 하늘 한번 올려보고 바다 바람 한번 맞으면 세상의 시름을 다 잊어버리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있는 한 강정은 지지 않는다.

국가공권력과 사법부는 이들에게 4억 원 넘는 벌금을 부과했고 500여 명을 전과자로 만들었다. 누구하나 다치게 하지 않았고 백 원짜리 동전하나 훔친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평생을 살아온 고향에서 그냥 그대로 살고 싶은 마음, 아름다운 강정 해변을 그냥 보고 싶은 마음, 평화로운 섬 제주에 군함과 미사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오직 이 마음들만 가진 사람들이 감옥에 가고 수 백만 원의 벌금에 삶을 위협받고 있다.

이들에게 부과된 부당한 벌금, 법정싸움에 든 각종 비용들을 이들에게만 짊어지울 수는 없다며 가장 먼저 팔을 걷어 부친 사람들이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서 ‘강정수호천사를 위한 힐링 포장마차’를 열고 있다. 매번 빈자리가 없이 포장마차를 가득 메우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희망이 우리가 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런 의미에서 2월 23일(토) 15시부터 무교동 호프 태성골뱅이신사에서 열리는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 평화활동과 법률비용 마련을 위한 후원주점’은 우리의 의지와 마음을 점검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그동안 제주 강정이 너무 멀어 마음은 있었으나 함께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덜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강정이 계속 싸울 수 있을지, 해군기지 싸움이 끝나고 난 후에라도 우리가 강정의 평화를 위해 마음을 모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강정을 잊지 않았음을 보여주자.

강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 중 하나가 바로 강정후원주점을 찾는 것이고 후원금을 보내는 것이다. 당일 현장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지원해 줄 ‘자봉단’도 모집하고 물품 기증도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 마음과 시간이 허락하는 이들의 참여와 응원이 필요하다.

오는 3월 2일에는 강정에서 올해 처음으로 제주 해군기지 저지를 위한 강정집중행동날 행사가 열린다. 제주 전역에서 다시 평화버스가 출발하고 육지에서 많은 이들이 강정을 찾게 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우리는 지금과 미래의 평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의 의지와 신념을 확인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강정은 지지 않았다. 강정은 지금도 싸우고 있다.

* 공식계좌 국민은행 702102-04-052095 문정현(지키자강정) / 문의 02) 777-0641


* 주

1) 돌출식부두(突出式埠頭), 해안선에 직각 또는 경사지게 돌출시켜 만든 부두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피어(pier)라고도 한다. 이 피어가 몇 개의 빗 모양으로 돌출하여 그 사이의 수면에 배가 들어와 접안되는 경우에는 수역이 협소하므로 조선(操船)에 곤란하지만 일시에 많은 배를 접안시키는 데는 편리하다.

2) 철근 콘크리트제의 상자 모양의 것으로, 부양식 독(dock)이나 육상의 독에서 제작되고 해상을 예항선(曳航船) 또는 기중기선에 의해 매달려 현장으로 운반되어 방파제 또는 중력식 구조의 계선안 본체로서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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