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안 팔리고 내가 만들 노래를 노동자들이 부르지 않는다 해도 심장에서 조금씩 꿈틀거리며 봄날 새순처럼 솟아올라 오선지로 옮겨져 가는 것은 막을 수가 없으며 그렇든 저렇든 만든 노래를 부르는 것 또한 어떠한 억압의 형태로도 막을 수 없다.
창작자가 자신의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로 노동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연대하며 투쟁한다. 유통 경로가 다양하지 않은 민중가요 시장에서 음반을 만들어 노래를 알리고 싶어 하는 의욕은 가난에 가난을 빼 먹으면서도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래음반을 만드는 과정은 너무도 힘들고 많은 돈이 들지만 가수라면 누구든지 자신의 창작 음반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알리려 노력하는데 음반이 팔리지가 않는다.
오래전처럼 사회과학을 통하는 유통 구조도 다 사라지고 이젠 노동문화, 특히 노동음악을 한다는 자체가 석고화하고 있다. 노동자 노래엔 어마어마하게 많은 다양함이 존재함에도 투쟁현장에선 고작 몇 개의 노래만 틀어지고 불릴 뿐 그도 이젠 노동현장에서도 사라져 가고 무슨 내용인지, 무슨 말인 알 수 없는 인디밴드들이 노동자 투쟁무대에서 그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책 중에선 그래도 소설책이 가장 많이 팔린다는데 소설가들이 노동소설을 써도 출판사에 받아주질 않는다. 더 이상 노동자들이 노동소설을 읽지 않는다는 이유다. 노동자들이 노동소설을 읽지 않고 노동음악도 듣지 않으니 당연히 시장도 사라질 것이다.
노동자 노래를 창작하고 부르는 나로썬 참 답답하고 암담하다. 노동 속에서 함께 해온 수많은 노동문화 활동가들이 출구를 찾지 못해 옆길로 새든지 떠나든지 이젠 추억으로 남을 노동문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노동자 노래 음반을 만들면 열에 아홉은 망하는 것 같다. 아님 열에 열이던지. 어차피 노동이라는 현장에서 노래하는데 활로를 찾고 싶었다.
음반을 만들어 망할 때 망하더라도 노래라도 좀 마니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연대하고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일 처음 경기지역 금속 투쟁 사업장 동지들(한국3M, 동서공업, 포레시아, 파카한일유압)에게 투쟁기금 마련 및 노동문화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음반에 대해 설명했다.
경기금속 동지들과 투쟁현장 동지들이 기꺼이 이 사업을 받아 안고 함께 하기로 결의했다.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싸워가는 작은 투쟁현장 동지들... 자신들의 투쟁기금 마련을 위해 음반을 만들겠다는 제안에 가슴 뭉클하다며 박수를 쳐주고 고마워했다.
음반 판매금액의 분배는 투쟁현장 7, 음반제작비 3을 책정했다. 어느 투쟁 현장 동지들은 우리한테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제발 많이 팔아서 더 많이 갖고 열심히 싸워서 이기시라. 대신 박리다매라고 많이 팔아야 음반 제작하는 문화 활동가들은 적자를 면할 수 있다.
2012년 말에 기획하고 2013년 5월 메이데이를 기점으로 출시하려 했던 음반이 많이 늦어져서 다시 연말로 달려가는데 당초 이 사업을 제안했던 사업장 어디하나 해결된 곳이 없고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음반의 노래들은 그동안 수많은 투쟁현장에서 만났던 시인들의 시를 노래로 옮겼으며 특히 몇몇의 노래는 해고노동자(동서공업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티비로드)들이 직접 불렀으며 이 음반제작에 흔쾌히 동의한 여러 가수들이 함께 해주었다 .
음반은 제목은 “투쟁하는 노동자 투쟁기금 마련 및 노동문화 활성화를 위한 프로젝트 음반 1%의 사랑” 이며 2개의 CD 한 세트 1만 원 판매로 구성되어 있다. 음반 구매는 자신이 투쟁기금을 연대하겠다는 사업장에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총 21개의 전국의 다양한 투쟁 사업장이 함께 한다.
투쟁사업장 중 하나는 움직이는 투쟁 현장, 바로 문화로 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고 함께하는 현장으로 찾아가는 문화 활동가들을 위한 기금 마련이다. 멀리 부산 울산 아산 전주 평택 수많은 투쟁현장에 내 스스로 비용을 써 가면서 연대를 다녔다. 이번 기회에 비용을 만들어서 이후 현장으로 찾아가는 문예에 함께 하는 문예 활동가들에게 차비라도 지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의 사랑 노래는 5년 넘게 투쟁해온 학습지 재능 노동자들과 연대해 오던 어느 날 시청 앞 환구단 비닐천막 농성장에서 쓴 노래로, 지난해 여름 컨텍터스 용역깡패의 야만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하고 승리한 안산 SJM 조합원 가족이며 가족 대책위로 활동해온 노동가수 오혜란 님이 불렀다.
그 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이 직접 불러 이용석열사 제4회 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쇳밥 5회 가요제에서 해물파전 그룹이 불러 금상을 수상한 ‘붉은 달의 춤’, 특히 모두 노동현장에서 자신의 시로 투쟁에 연대해 준 분들의 시를 노래로 옮긴 연대와 투쟁이 살아 숨쉬는 노래들이다.
시를 주신 시인들, 김사이, 김홍춘, 윤석정, 이수로, 정세훈, 정원도, 조영과, 조혜영, 오도엽,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정규직 철폐연대가를 쓰고 본격적으로 노동문화 활동가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투쟁현장에서 함께 하며 노래를 써 온 만큼 비정규직 노래가 당연히 있다.
비정규직노동자의 권리 선언문이다. 이 노래 하나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노래로 노동자 투쟁에 함께 한다는 데에 한계도 있지만 부족한 것을 채워가면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승리의 길로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동문화 활동가로써 전진해 갈 것이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투쟁기금을, 노동문화 활동가에겐 환한 웃음을 주는 1%의 사랑 음반 구매. 한 세트는 본인이 듣고 한 세트는 꼭 소중한 분에게 선물하십시오.”
노래와 노동이 함께 하고 노동과 투쟁이 함께 하는
노래하는 노동자
김성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