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어떻게 자본주의의 노동 예비군이 되었나

[번역] 아시아에서 여성, 노동, 자본 축적

[편집자주] 이 글은 피터 커스터스(Peter Custers)가 몬슬리 리뷰 출판사에서 2012년에 출간한 <아시아 경제에서 자본 축적과 여성 노동>에 실린 서문을 수정한 것입니다.


주류 경제학 교재와 기타 (좌파적) 교수법 전략들에 끈질기게 남아 있는 자본주의에 관한 불후의 신화 중 하나는 노동 공급이 경제 체계의 외부에서 유래한다는 것이다. 노동 공급은 전형적으로, 특히 표준 성장 이론들에서 인구증가율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가정되는데, 이 인구증가율 또한 경제 체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가 아닌 그 “바깥”에서 인식된다.

당연하게도 현실은 매우 다르다. 노동 공급은 경제적 과정들의 결과였지 그 외부에 기인하는 어떤 것이 아니었다. 자체 역사를 통해 자본주의는 노동 공급의 패턴이 수요에 맞춰 변하도록 하는 데 능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렇게 된 데는 이주가 - 노예, 백인 노예, 자유노동자의 구분 없이 - 유용한 역할을 했다. 이주와 유사한 것으로서 아동 노동의 사용은 이런저런 경제적 조건 속에서 인가 및 장려되거나 불허 및 금지되었다. 그러나 그 자신의 노동을 창출해 내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특별한 능력이 여성 노동에서만큼 분명하게 나타난 경우는 없었다.

자본주의 시초부터, 여성이 응당 노동자임이 널리 인정받지 못한 시기에도 여성은 언제나 노동자계급의 일부를 이뤄 왔다. 유급 노동자가 아닌 경우에도 많은 경제적 활동은 물론 사회적 재생산에 대해 흔히 인지와 지불 없이 이뤄진 여성들의 기여는 체계가 기능하는 데 언제나 전적으로 필수적인 것이었다. 모든 여성은 노동자로 규정되거나 인정을 받든 그렇지 않든 대개 노동자다. 모든 사회,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흔히 지불의 대상은 아닌 활동들(가령 요리, 청소, 기타 집안일, 가정에 기초적으로 필요한 것에 대한 공급, 자녀 돌봄, 환자 및 연장자 돌봄, 더불어 공동체 기반의 활동들)이 지금도 존속하는데, 그 대부분은 여성의 책임으로 간주된다.

이러한 미지불 노동 패턴은 여성이 소득을 목적으로 임금노동이든 자영업이든 바깥일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쉽게 나타난다. 빈곤 가정 출신으로 바깥일을 하는 여성은 대개 자신에게 주어진 집안일을 대신 할 사람을 고용할 경제적 여유가 없으므로, 가장 흔하게는 그 짐이 집안의 어린 여성이나 여성 연장자에게로 옮겨지고 또는 스스로가 “이중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들 또한 자본주의의 필수적인 요소다. 여성에 의한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생산은 축적 과정에 불가결한 것이며, 심지어 이러한 의존은 최근에 더욱 두드러진 것이 되었다.

그럼에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에서 여성들의 투쟁이 필수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노동조합과 기타 노동자 조직들은 한 세기 넘도록 남성들이 장악했고, 이는 남편/아버지가 바깥에서 일해 돈을 벌고 아내/어머니가 외부 소득 없이 집안일을 도맡는 “남성 밥벌이꾼(breadwinner)” 모델에 기초한다. 여성의 역할을 임금노동자의 또 다른 형태로 보는 중대한 사회적 인지가 생겨나고, 가정 및 공동체 기반의 미지불 노동이 지닌 경제적 중요성이 분명해지기까지는 끈질긴 투쟁과 결연한 동원이 소요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유럽의 초창기 노동자 투쟁들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주요 요구 사항이었다. 많은 여성과 아동이 성인 남성보다 훨씬 못 미치는 임금을 받고 참여한 공장노동으로의 전환은 일반적으로 법적 규제를 받지 않았기에 매우 긴 노동시간을 수반했고, 그 시간은 하루 10시간에서 16시간에 육박하는 것이었다. 1847년 영국에서는 여성과 아동에 대해 하루 10시간의 노동시간이 법적으로 승인되었다. 프랑스 노동자들은 1848년 2월 혁명 이후로 12시간의 노동일을 쟁취했다. 20세기 초중반이 되어서야 거의 모든 산업국의 노동자들이 초과 시간에 대한 수당 지급을 조건으로 노동일을 8시간으로 제한하는 법적 권리를 부여 받았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들이 흔히 가내 미지불 노동에 소비하는 상당한 시간들은 제외되었다.

그러나 노동력 대부분이 노동 보호 및 규제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거의 모든 개발도상국에서는 유급 노동시간의 규제마저도 대부분의 노동자들에게는 요원한 목표이다. 긴 노동시간은 흔히 상대적 저임금과도 연계되는 문제이며, 이는 노동자의 건강과 최소한으로 갖춰진 삶의 영위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여성 노동자들에게 긴 노동시간이라는 문제는 그들이 요구받는 상당량의 미지불 노동이 더해짐에 따라 더욱 가중된다.

이러한 상황은 여성 노동과 관련된 의제들이 남성 노동자의 의제들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유급 고용의 증가가 여성 노동자들의 조건에 있어 언제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가사 의무를 지고 있는 여성들에게 유급 고용은 이중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개발도상국의 여성 노동에 대해서는 가령 가사 및 양육의 대안 마련과 같이 여성 노동에 편의를 더해 줄 조건의 문제 못지않게, 여성 노동 자체의 질적 특징, 인지, 보상의 문제에도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 모든 문제는 경제적 정책 및 과정들로부터는 물론이고 사회적 관계들로부터도 지대한 영향을 받으며, 이러한 요소들이 여성의 노동시장 활동 증가가 여성의 경제 환경에 대한 진정한 개선을 의미하는지의 여부를 판가름한다.

일부 역사에서는 사회의 물적 진보에 발맞춰 여성의 사회 경제적 조건도 향상된다는 경향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저절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평등과 정의를 둘러싼 여성들의 투쟁 성과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성 유급 노동의 중요성 증대도 그 경향성을 도출시킨 한 측면이다. 최근 더 많은 권리와 권능 부여를 요구하는 여성 운동의 투쟁 능력은 그동안 여성의 명시적인 노동시장 참여를 결정지어 온 폭넓은 경제적 과정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반동과 함께 진보도 있었다. 또한 일부 사회에서 일궈진 초기 성과들이 당연시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지구적 과정들

세계경제의 성격이 여전히 제국주의에 의해 규정되는 중에도 그 형태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 자본의 지배, 새로운 무역 고리들의 출현, 여러 지역들에 걸쳐 생산과정을 분할해 놓은 글로벌 생산 사슬의 확장은 전 세계 생산구조와 노동시장을 극적으로 변화시켜 왔다. 금융 부문과 생산 부문이 점차로 집중화됨에 따라 전형적으로 고용 집약적 성격인 소규모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쇠퇴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공적 지출의 짧은 분출기를 제외하면 정부는 고용의 유지 및 확대를 위해 거시적 정책을 활용하는 데 별 의지를 보이지 않거나 그럴 능력조차 없다. 무역 개방은 새로운 소득 발생과 고용의 기회를 얼마간 창출했으나 그보다 많은 규모의 생계를 파괴했다. 이러한 변화는 상이한 나라들에서 노동시장의 변형을 반영했다. 즉 전 세계 노동력의 비율로 봤을 때, 공식실업률은 증가하고 공식 부문 또는 조직된 부문의 고용은 줄어들었다. 동시에 “사회적 부문들”에 대한 공적 지출의 감소는 여성의 가내 미지불 노동에 더 많은 사회적 재생산의 과업이라는 짐을 얹었다.

공식 고용이 감축되자 노동자들은 비공식 부문의 활동들로 몰려들었고, 이로써 적은 고용 발생이 빈곤으로 이어지는 빈곤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기술상의 변화의 한 결과인 글로벌 생산 사슬은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상이한 나라들의 생산 및 노동력을 점차 상호 의존적인 것으로 바꿔 놓고 있다. 지구적 증가세는 여성이 두드러지게(그러나 독점적으로는 아닌) 수행하는 가내 미지불 노동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정부가 공공 재화 및 서비스 공급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돌봄 경제의 상당 부분이 미지불 부문에 자리 잡게 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특히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지역은 지구상에서 가장 ‘지구화’된 곳인 동시에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아시아 여성들은 유급 노동에 빠르게 진입하고(그리고 그로부터 빠져나오고), 집밖에서 가계 소득을 올리는 데 한층 커진 역할을 수행하며, 노동 이주 가운데 한층 높아진 비율을 차지하고, 미지불 노동에 한층 더 연루됨에 따라 이 변화들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또는 강제적으로- 나라와 지역 내부에서 그리고 나라와 지역을 넘나들며 일자리를 찾아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이동하게 되었다. 농업에 현저히 집중되어 있는 시골 여성들의 생계는 현재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에 만연된 농업 위기로 인해 위협받고 있다.

해당 사회들 전역에서 무역 자유화로 인해 다양한 소비재로 접근 가능성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기본적인 공공 재화 및 서비스 접근권의 축소를 동반하는 것이다. 특히 그 하부 말단이 여성 노동에 의존하고 있는 글로벌 생산 사슬의 확장은 유급 노동의 패턴을 변형시켰다. 더불어 서비스업에서 중대한 지구화가 이뤄졌는데, 이는 노동력상의 지역 내 변화들과 “돌봄” 경제 부문상의 여성 이주라는 두 요소를 수반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기술상의 변화들은 문화적 형태들의 통신과 운송을 과거에 상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광범위하고 빠르게 성사시켰다. 이 모든 변화들은 여성의 입지와 그들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 매우 실질적이고도 복합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덧붙여 이러한 경제적 변화들은 여성들에게 사회적으로 불리한 또 다른 결과를 불러 왔다. 시장과 수익성이 점차로 강조됨에 따라 광고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구매의 망으로 유인할 것이 요청되었고, 대중들의 취향과 선택을 조작하려는 시도들이 생겨났다. 일례로 광고 회사가 여성을 제품을 공급하는 목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성을 재화 판매의 대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하나의 거대한 잠재 시장으로 간주하는 이 이중적 관계는 여성이 스스로를 도구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설득시키는 특수한 과정을 낳았다.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에서 거대 매체들이 “성공” 모델들을 보여 주는 미인 대회에 쏟은 관심은 미용 산업의 급격한 팽창으로 이어졌다. 이 산업에는 화장품과 미용 기구만이 아니라 몸매 관리 업체, 미장원, 체중 감소 클리닉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추세 중 상당 부분이 여성과 그들의 외모에 대한 가장 탐탁지 못하고 퇴보적인 태도에 기여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이전의 노골적인 가부장제적 형태보다 덜 모욕적이라고 할 것도 없는 새로운 사회적 억압의 형태로 떠밀렸다.

피터 커스터스의 공헌

  피터 커스터스 [출처: http://www.petercusters.nl/]
이것이 바로 아시아 경제에서의 자본 축적과 여성 노동에 관한 피터 커스터스의 인상적이고도 포괄적인 저작이 자리하고 있는 폭넓은 정치 경제적 맥락이다. 이 책은 본래 1997년에 출간되었으나 놀랄 만한 신선함과 시의적절함을 여전히 갖고 있다. 이러한 장점은 커스터스가 마르크스주의의 이론적 관점을, 독일 페미니즘 학파에서부터 생태페미니즘, 발전 페미니즘 등의 기타 조류들까지를 아우르는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통찰력 및 혁신과 폭넓게 통합시킴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여성 노동이 어떻게 지구적 층위를 비롯한 국가적, 지역적 층위에서의 자본 축적의 진화 및 최근 관행들과 밀접하게 얽히는가에 관해 풍부한 분석적, 경험적 기술을 내놓은 데서 나온다.

커스터스는 폭넓은 통찰을 제공하는데, 여기서 그 전부를 개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중 매우 중요한 것들은 강조하고 언급할 가치가 있다. 이는 그 통찰들이 특히 근래의 페미니즘 연구와 오늘날 실재 경험들에 의해 아주 충분히 확증되고 있기 때문이며, 또한 여성 노동자 해방 투쟁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앞으로 훨씬 더 중요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네 가지의 주제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1)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가치 추출에 있어 여성 노동의 중요성, (2) 미지불 노동의 역할, (3) 여성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적인 노동 관리 관행들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그 관행들로부터 영향을 받는 방식, (4) 노동 예비군 형성에 있어 여성이 수행하는 부분.

이 모든 주제가 자본주의 역사를 추적하는 폭넓은 논의들 속에서, 그리고 상이한 아시아 나라들(인도, 방글라데시, 일본)의 여성 노동자에 대한 상세한 사례 연구들을 통해서 다뤄진다. 네 가지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는 이론적 가닥들 역시 규명된다. 각 과정에 대해서도 커스터스가 자신만의 귀중한 기여를 하지만 말이다.

여성 노동자들과 절대적 및 상대적 잉여 가치의 추출

커스터스의 저작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통찰 중 하나는, 성적 분업 - 그가 “부문별 성적 분업 (sectoral sexual division of labor)”이라고 부르는 - 의 유연한 존재 방식이다. 그것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권력을 보존한다는 필요, 그리고 자본의 요구에 맞게 여서에 대한 고강도의 경제적 착취를 보증한다는 필요에 조응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보이는 두드러진 예를 통해 그는 어떻게 농업에서 전통적인 남녀 간 분업이 근대화로 인해 변화되었는지를 보여 주었으며, 다른 한편으로 서벵갈 지역의 직물, 의류 생산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실례를 통해 성적 분업의 사회적 구성이 여성들의 일에 수반하는 이들의 위치, 급여, 이동을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생산 도구들에 대한 남성의 독점이 여성들을 생산성이 떨어지는 업무로 격하시키는 데 사용된다는 것은, 인도의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서의 곡물 생산에 관한 그의 논의(마리아 미엘스(Maria Miels)의 유명한 저서에 기반한)에서 예증된다.

요점은 이러한 분할된 노동시장이 여성의 임금을 떨어뜨리고 그들의 일에서 더 많은 잉여가치의 추출을 허용하는 주된 요인이라는 점이다. 커스터스는 여성의 노동시간 연장과 임금 삭감을 위한 많은 전략들을 식별해 내는데 이러한 전략들은 절대 및 상대 잉여 가치 모두의 증대에 기여한다. 성과급제는 이 점과 관련해서 특히 중요한 무기이다. 왜냐하면 감독의 필요를 줄이는 것과 같은 다른 이점들에 부합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가부장적 사회관계를 이용하는 것은 축적 과정 자체에 핵심적인 요소가 되었다. 축적 과정은 그 자신의 성공을 위해 특정 부문들의 지속적인 궁핍화를 사실상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논의는 아시아에서 여성의 유급직 참여에 영향을 끼치는 최근의 거시적 과정에 비추어 보면 각별히 중요하다. 한 세대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매우 급속한 변화가 노동시간에 있었다. 아시아 여성들이 처음에는 유급직에, 특히 수출 부문에 빨려들어 가는가 싶더니 이내 거기에서 축출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 및 90년대 초반 몇몇 급속히 성장하던 아시아 경제들의 수출 지향적 제조업에서 여성들이 고도로 사용되던 국면에 뒤이어, 이제 나이가 들어 버린 여성들과 몇몇의 젊은 여성들을 더 취약하고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으로 방출하거나 자영업자로 만들거나 심지어 무급의 가사 노동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었던 기간이 나타났다. 고쉬와 세귀노는 어떻게 성적 임금 불평등이 1975년에서 1990년 사이에 급격하게 불평등한 여성 고용이 증가한 개발 도상의 아시아에서 성장을 자극했는지를 보여 주었다.1) 여성의 저임금은 단위 노동비용을 줄임으로써 투자와 수출에 박차를 가해 왔으며, 자본과 중간재 구입을 위한 외환을 제공해 생산성과 경제성장률을 높였다.

아시아 나라들에서 고용의 여성화 경향은 고용주들이 더욱 값싸고 “유연한” 노동을 필요로 하게 되면서 생겨났고, 이는 노동의 비정규직화, 시간급 혹은 성과급 노동으로의 전환, 고용과 해고의 더 큰 자유를 요구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노동시장 유연화"로 불리는 것의 이 모든 측면들은, 대외 경쟁력 제고가 국내 정책 결정자들의 중대한 목표로 자리 잡자마자, 그러한 경제들 내의 자국 및 외국 고용주들이 활동하는 장의 모양을 결정하자마자 필요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여성 노동자들은 수출업에 종사하는 고용주들에게 선호된다. 무엇보다도 이는 그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법한 열악한 노동 조건들과 급료 때문이다.2)

그들은 그들의 남성 파트너들보다 적은 준거 임금(reservation wage: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임금)을 가졌으며, 더 오랜 노동시간과 종종 건강에 해롭거나 불쾌하고 위험한 공장의 조건들을 받아들여 왔다. 대체로 노조를 만들거나, 조건을 개선시키기 위해 단체교섭을 하지도 않고 종신 계약을 요구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성 노동자들을 멋대로, 혹은 외부적 상황에 따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더 쉬웠다. 결혼이나 출산과 같은 생애 주기상의 변화들은 여성 노동자의 고용 관계를 끝내고 더 젊고 건강한 여성 노동자군을 고용하는 근접인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고용주들이 덜 안정적인 계약을 내놓을 수 있는 더 많은 노동 유연성이 제공되었다. 게다가 20세기 말에 새롭게 “급부상”했던 컴퓨터 하드웨어와 가전제품 산업과 같은 특정 산업 영역에서는 조립 생산 라인 노동의 본질 - 손재주와 정교함을 강조하며 반복적이고 세밀한 - 은 여성에게 특화된 듯 여겨졌다. 이런 활동들과 관계된 높은 “소진율”은 고용주들이 주기적으로 대체될 수 있는 노동자를 선호했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대체는 노동자들이 생애의 다른 주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젊고 대체로 미혼인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을 때 더 쉬웠다.

수출 지향적 산업에서 노동의 여성화가 보수와 노동 조건의 상대적 열등성에 의존적이었다는 것은, 그것이 상당히 단기적 현상임이 드러났다는 데서도 명백해진다. 수출 호황의 최고조기였던 1990년대 중반에 이미 제조업 고용에서의 여성의 몫은 역내 대부분의 경제에서 정점에 다다랐고, 몇 몇 나라에서는 그 후 절대적 수치가 감소하였다.3) 이 중 일부는 그러한 수출 주도형 고용이 해외 투자의 재편을 통해 보다 싼 곳으로 -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으로, 태국에서 캄보디아와 버마로 등등 - 간편히 이동했다는 사실을 반영했다. 그러나 새로운 지역에서조차도 세계적 의류 산업과 같은 다양한 수출 영역의 최근의 문제점들이 의미하는 것은 직업, 특히 여성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단 몇 년 동안에 생겨났다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여성이 유급 노동력의 일부로 자리 잡고 심지어 특정 영역 - 실제로 동아시아의 섬유, 기성복, 가전제품 영역에서처럼 - 에서는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전통적인 유형의 노동에서의 성차별을 실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일정 정도 젠더 임금차를 낮추게 한 임금 상승 압력과 별개로, 여성 노동의 전반적 조건을 향상시키는 입법을 향한 다른 압박이 존재했다. 그러나 여성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하기 위해 고안된 이런 전략들은 고용주들, 즉 일전에 다름아닌 여성 노동자의 열등한 노동조건과 고용 및 해고에 있어서의 유연성에 의존해서 비용을 낮추고 수출 경쟁력을 높였던 고용주들에 대한 여성 노동자들의 상대적 매력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었다. 임금 상승 또한 같은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전체 임금 패키지와 노동 및 계약 조건 상) 상대적 실질적 보수가 증가함에 따라 고용주에 대한 매력도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의 제조업은 전체 여성의 고용 문제에서 훨씬 덜 중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또한 여성 고용에 대한 선호 또한 줄어들었다. 수출 지향적 생산이 언제나 노동력의 여성화를 야기하지는 않는다는 게 점점 더 분명해졌다. 왜냐하면 노동력의 여성화는 여성의 임금과 노동조건의 상대적 열등성, 그리고 여성 노동자에 대한 통제를 확립하고 임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한 가부장적 관계의 이용에 본질적으로 의존하기 때문이다. 기계화와 새로운 기술이 더욱 숙련된 노동을 필요로 한다면, 혹은 남/여 노동자들의 임금의 차이가 충분히 크지 않다면, 수출형 활동들이 여성 노동에 더 의존할 필요는 없다. 남/여 노동자 모두가 노동 시장에서의 불리한 조건에 의해 불리한 저임금과 불안정한 노동 계약을 받아들이도록 강제당하는 조건에서, 위기를 겪은 동아시아만이 아니라 지역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젊은 여성 노동자 선호 현상이 전보다 희미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동의 성질 또한 변화하고 있다. 여성 고용 형태는 이미 대부분 무기 고용보다는 단기간(기간제) 계약에 기반을 다졌다. 최근에는 초소규모 혹은 가내노동 생산부터 다단계 하도급 관계에 이르기까지 단기간(기간제) 근로계약에 의존도가 훨씬 높아졌다. 이러한 전환은 위기 이후 조정 국면에서 더욱 현저해졌다. 동남아시아에서 여성들은 비정규직 생산 부문, 의류 작업장, 신발 공장, 수공예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력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 많은 여성들은 농업이나 건설 부문에서도 비정규직 단기간 업무를 수행한다. 자영업자이건 하도급 업자이건 가내 노동자들은 의류, 신발부터 조화, 카펫, 전자제품, 통신 판매품에 이르는 상품들을 생산한다.

아웃소싱(외주화) 사용의 증가는 수출 부문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도급 방식에 따르는 유연성 때문에 극한 경쟁을 하는 수출 부문에서는 하도급을 통해 큰 이익을 보는 것이 분명하고, 따라서 이를 더욱 널리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국경을 넘는 아웃소싱은 아시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커스터스가 지적하였듯이, 지역을 넘나들 수 있으며, 심지어 최근의 유럽과 같이 고용이 붕괴되어 여성들이 또다시 비공식적 가내 노동을 떠맡을 수밖에 없게 된 북반구에까지 이뤄질 수 있다.

이러한 하도급 생산자들은 중형 공장부터 가내노동의 생산물을 수집하기만 하는 순수 중개인에 이르기까지 그 크기와 생산 능력이 제각각이다. 하도급 업체가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하거나 작은 공장에서의 임금노동자이거나 다단계 하도급에서 중개인과 상대하는 가내 노동자이건, 아시아에서 이뤄지는 국제적인 생산 활동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은 현재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성과급제를 기반으로 상당한 자기착취가 이뤄지는 가내노동이 이러한 하도급 형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이러한 노동은 노동법과 사회복지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가내노동마저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개도국으로부터의 섬유와 의류 수출이 (수요 감소 등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겪는 어려움이 가중되는 한편, 경쟁의 압박으로 인해 수출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비용 절감책을 추구하는 데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불 노동의 역할

커스터스는 이론이란 모름지기 현대 자본주의하에서 이윤 축적에 사용되는 지불된 착취 형태와 미지불된 착취 형태를 모두 다루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런 점에서 그의 연구는 중요하다. 엘슨이 지적했듯 여성이 집안에서 규칙적으로 수행하는 지불되지 않고 반복되는 서비스들은 흔히 그것(미지불 노동)을 경제 용어로 표현되지 않도록 만든다. 그것의 본성이 사회적 및 경제적 재생산에 매우 긴요한데도 말이다.4) 분명 이것은 전체 역사를 관통해 온 자본주의적 축적의 중대한 특징이다. 하지만 그것은 각별히 강력한 동시대적 울림도 낸다. 거시 경제 정책의 변동에 따라 지불 및 미지불 노동의 상대적인 분할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 지구에 걸친 노동 과정들의 핵심적인 특징은 (반드시는 아니지만) 주로 여성에 의해 수행되는 가내 미지불 노동의 증가에 있다. 이는 정부가 공적 재화와 서비스 공급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적 책임을 거부하고, 이에 따라 한층 커진 돌봄 경제가 미지불 부문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한 데 따른 것이다. 그리하여 증가된 실업과 증가된 미지불 노동 수요의 독특한 결합이 지구적으로 노동시장의 속성을 이루게 되었다. 남녀 모두에게 고용 기회를 체계적으로 감축하고 남반구 농업이 불안정하고 발전성 없는 업종이 되도록 내버려 둔 정부의 거시 경제 정책들은 공적 재화와 서비스의 품질과 그에 대한 접근까지도 감축시켰으며, 또한 일상의 상당 부분에서 불평등을 키우는 시장 과정들에 개방해 버렸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경제정책들은 대기업의 이해관계에 부합했다.

부유한 사람들, 특히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제공되는 실속 있고도 점차 커지는 특전 세제 혜택으로부터 이득을 봐 왔다. 반면 보통 사람들은 국고에 기본적인 공적 재화와 서비스를 위한 돈이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가난한 나라들에서는 식량 안보가 위협받았으며, 기타 경제적 권리들이 거부당했다. 더불어 보건과 교육과 같은 사회적 부문의 예산이 삭감되고, 노동자 보호는 축소되었다. 시장이 점차로 강조된다는 것은 당연히 국가 및 공동체에 의해 제공되거나 간단히 말해 시장 거래 및 사적 소유관계에 맡겨지지는 않는 것으로 여겨진 삶의 많은 측면들이 상품화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예컨대 몇몇 정부가 안전한 식수를 제공하는 데 무능하거나 그렇게 하길 거부한 것은 생수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배전과 전기통신과 같이 종전에 공적으로 제공된 서비스 및 설비는 전 영역에 걸쳐 사유화되었다. 심지어 지적재산권에 대한 점증하는 인식은 시장이 진입할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여성과 여아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가족 내 근로소득이 줄어들면 여성은 가계를 계속 굴러가도록 해 줄 모든 형태의 일자리를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 음식에 대한 접근이 취약해지면 여성과 여자 자녀들은 덜 먹게 되는 경향이 있다. 보건 서비스가 불충분하다면 여성(특히 어머니)은 가장 큰 곤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환자 및 연장자를 돌볼 책임까지 감내해야만 한다. 학교가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높은 수업료를 부담하게 하면 여학생은 출석이 힘들어지고 집안일을 맡도록 처지가 격하된다. 조리 원료와 깨끗한 식수를 손에 넣기 힘들어지면 여성은 가족을 위해 어떻게든 그것을 조달해야 한다. 이러한 식으로 앞서 말한 정부 정책들은 여성의 미지불 노동을 큰 폭으로 증대시켰으며, 이로써 여성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여성이 미지불 노동을 수행하는 정도를 고려한다면 여성 시간의 상당 부분이 흔히는 여가와 휴식을 희생시키면서 미지불 노동에 투하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미지불 노동은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지난 십 년간에 줄곧 증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공공 정책은 여성 미지불 노동 시간의 증가를 야기하는 데 한 몫을 해 왔다. 사회적 지출의 감축 - 이는 여성들에게 더 큰 돌봄의 부담을 지운다 - 을 통해서, 공공 자산 자원의 사유화나 품질 저하를 통해서, 취약한 사회 기반 시설 - 이는 필수적인 가계 소비재 조달을 위한 시간을 늘린다 - 을 통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선의의 정책들(가령 조림 계획)조차도 흔히 젠더적인 고려 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말이다.

여성 노동자와 노동 관리 기술

특히 최근 들어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의 작업에서 여성 노동과 자본주의 사이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러한 특징들이 널리 알려지고 논의되고 있는 와중에, 커스터스의 책이 크게 기여하는 바는 어떻게 이것이 노동 관리 체계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하여 그가 제공하는 통찰력에서 발견된다. 책의 각별히 중요한 챕터에서 커스터스는 포드주의(혹은 테일러주의) 대량 생산 시스템과, 그가 일본식 시스템이라 부르는 것 혹은 “도요티즘(Toyotism)” 사이에 구별을 짓는다. 그는 후자가 두 가지 특이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남녀 노동자들을 기업의 규율 아래에 정신적으로 종속시키는 것을 겨냥한 품질 관리조(quality control circle), 그리고 생산 리스크를 부품 제조사와 그곳에 고용된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는 하청 계약 구조”(317)가 그것이다. 커스터스는 어떻게 일본식대량 생산 체계에서 밑바닥에 위치한 여성 노동자들의 참여가 이런 경향을 추동하는지를 밝혀낸다. 그 결과로서 이러한 경향은 노동자들을 차별적인 권리와 협상력을 가진 상이한 집단들로 분열시키는 데 이용된다.

전지구적으로 자본주의는 점점 더 이런 식의 생산 시스템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체계가 원활한 생산을 압박하는 몇 가지 문제들을 고용주들로 하여금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대량 상품들의 연속 생산이 일본식 생산 체계에서 폐기되지 않은 반면, 기업 내부의 위계적 관계들과 기업 외부의 관계들은 모두 완전히 재구성되었다. 커스터스는 이를 다국적기업들이 공장 노동자들의 사고(thinking) 과정에 최대한의 통제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을 부단히 찾아온 노력의 결과로 서술하고 있다.

도요티즘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내적 분산과 외적 집중의 조합이다. 내적 분산은, 동료 압박(peer pressure)이라는 규율 장치를 가능케 하는 고도의 생산을 향한 공동의 인센티브로 보상받는 “노동 분임조”의 형성으로 나타난다. 이는 꼼꼼한 감독이나 감시의 필요성을 줄이는 대신 매우 강도 높은 “자기 규율”을 강제한다. 커스터스는 이것이 노동관계를 인간답게 하기는커녕 노동자들 간의 연대감을 낮추고 그들의 결집력을 약화시키기까지 하는 효과가 있다고 기술한다. 갈수록 전 세계 기업들이 이러한 경영 관리 방식을 모방하고 있으며, 이 방식이 생산의 영역을 넘어 심지어 금융의 영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예를 들어, 다자적 (국제) 기구와 대다수 정부에 의해 “성장 만병통치약”으로 활발하게 홍보되는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은 대출에서 공동으로 이익을 얻는 여성 집단(완곡하게 표현하자면 “자조 집단”이라 불리는 것)을 창출하는 데에 의존해 왔다. 즉 그럼으로써 대출에서 담보물의 부재를 상환에 대한 동료 압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여기에 외적 집중이 결합하며, 이 또한 노동자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작은 부품 공급 업체들과 대기업 간의 관계는 “적기 공급 생산 납품(just-in-time delivery)”(일본어로 ‘칸반’)의 원칙에 의해 점점 더 규제되고 있다. 이들 부품 업체들은 노동자들을 그들의 권리 측면에서 봤을 때 명백하게 부차적인 자격으로 고용하며, 그리하여 이들은 그들 고용주의 불안정하고 불안한 실적에 휘둘리게 된다. 노동자들에게 (경영상의 다양한) 리스크들을 전가시키는 방식들이 대다수 근로계약의 비공식적인 성격, 시간제 노동자들에의 의존, 성과급 제도의 이용 등을 통해 굳건히 자리 잡았다.

거듭해서 이런 설명은, 위와 같은 방법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용됨에 따라,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기가 막히게 잘 예언하고 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생산 공정이 복잡하고 지리적으로 이질적이지만 잘 통제된 사슬들로 수직적 “분할”을 이루는 것은 최근 많은 연구에서 증명되듯 그것의 현재적 표현이다.5) 여기서 나타나는 두 가지 주요한 변화들은 국제적 생산의 재배치 가능성을 극적으로 증가시켰다. 기술적인 변화들은 생산 공정 각각의 파트들이 수직적으로 분열되고 공간상 분리되는 것을 가능케 만들었다. 또한 이는 소수의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과 방대한 규모의 반숙련 노동자들 - 이들의 경우는 일을 통해 (기술을) 습득시키기보다는 시간외 근무로 소진시켜 버리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 을 수반할 노동에 대해서 다양한 종류의 필요를 창출해 냈다. 게다가 그것들은 이전부터 소재지를 선정하는 데 융통성이라곤 없었던 서비스 활동에서의 지리적인 재배치마저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조직적인 변화들은 소유와 통제의 집중뿐만 아니라, 더 많은 분산, 그리고 생산 공정에서 특정 활동과 파트들의 더 많은 외주와 하청 계약과도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는 특정 지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직접적인 생산에는 덜 의존하면서 생산과 유통 활동의 많은 부분은 하청에 더 의존하는, 국제적인 재화와 용역 공급자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다국적기업들이 중심부에서 통제되는 설계와 품질 결정을 기반으로 하면서 아웃소싱과 하청 생산의 복잡한 체계에 실질적으로 의존함에 따라, 이는 결과적으로 “공장 없는 제조업자”의 출현과 시장 지배를 낳는다. 출판업부터 비영업 부서(back-office work)까지 이르는 서비스 분야에서, 더 최근의 아웃소싱은 또한 (노동자들에게는 더한 지배권을 시사하는) 유연성에 중앙 집중화된 통제를 결합시킨다. 이러한 모든 활동에서, 임금과 통제 부족이라는 면에서 여성 노동자들은 필수적이면서도 생산 공정의 끝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에서 자본 축적과 여성 노동≫ [출처: http://www.petercusters.nl/]

여성과 노동 예비군

커스터스는 자본주의를 위한 노동 예비군으로서 여성이 가진 중요성을 올바르게 드러낸다. 일본 여성에 대한 연구에서 그는 그녀들이 마르크스가 산업예비군의 주요한 범주들(잠재적 노동인구, 정체적 노동인구, 그리고 유동적 노동인구)로 묘사했던 성질들을 항상 가져왔음을 언급한다. 그는 또한 그러한 여성 노동자들의 이용 가능성이 어떻게 더 넓은 경제적 조건들에 의해서 조절되는지를 언급했다. 더 큰 빈곤과 가정의 불행이 임금 노동을 찾는 더 많은 수의 여성들(때로는 더 젊은 여성들)을 보내온다는 것이다. 이것[이용가능성]은 또한 사회적인 생애 주기의 중압에 의해서 영향 받는다. 그는 파트타임 노동자로 고용된 기혼 중년 여성들이 대개 노동 예비군의 일부가 되기 위한 일반적인 기준에 가장 명확하게 부합한다고 언급한다. 그녀들은 출산과 육아를 위해서 노동시장에 불참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에, 바로 그렇게 저렴한 노동 예비군으로서 이용 가능하다. 그러나 이 밑에 기초하고 있는 가부장제가 고용주가 원하면 언제든지 불러오고 쫓아낼 수 있는 불안정하고 종속적인 저임금 노동자로서의 그녀들의 역할을 공고히 하고 있다.

국제 노동시장에서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경향은 전 세계를 가로지르는 공개된(open) 실업률[자야티는 여성들은 공식적인 고용부문에서 일하고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사회적) 일들을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들이 공식적인 고용 통계에서 실업자로 포함되어도 이들을 실질적인 실업자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공개된(open)” 실업률은 “공개된” 경제 영역만의 사정을 반영한 것뿐이다. - 옮긴이]의 증가이다. 이번 세기가 시작했을 때, 가장 산업적으로 선진적인 나라들에서의 실업률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의 그 어떤 때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과거와는 다르게 개발도상국들에서 드러난 실업이 몹시 만연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드러난 실업은 계속 증가해 왔다. 개발도상국에서 일반적인 사회보장 지원이나 실업수당의 부재는 사람들이 어떤 활동이라도 떠맡는다는 것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실업은 증가하고 있다. 임금이 낮고, 대개는 자영업의 형태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드러난 실업이 세계 경제에서 요즘 가장 역동적으로 보이는 개발도상국들에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개발도상국들, 가령 중국,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나라들, 인도, 그리고 이러한 많은 경제들에서 그것[드러난 실업]이 항구적으로 높은 비율의 불완전 취업(underemployment)과 결합되어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공식 부문의 고용 감소는 비공식 부문, 특히 노동시장에서 “피난민 부문"의 특징인 저임금 및 저생산성 직종에서 노동자들의 급증과 맞물려 있다. “비공식” 자영업자(예를 들어 직업적인 재택 노동을 허용하는 소프트웨어와 최첨단의 IT 사용 서비스들)로서 발견되는 몇몇 고부가가치 직종들이 있지만, 이 직종들은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으며 확실히 전체적인 경향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너무 드물고, 특히 엄청나게 거대한 노동력이 숙련되어 있지 않거나 상대적으로 덜 숙련된 나라들에서 그렇다. 결국, 이는 빈곤 - 낮은 고용 창출 - 빈곤의 순환을 영구화하고 심지어는 두드러지게 만든다. 왜냐하면 정부가 고용 창출을 확장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자발성 내지는 능력이 감소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들에 대한 아시아 여성들의 한 가지 중요한 대응인 경제적 이주에 대해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아시아는 자본과 상품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운동과 인구 이동, 둘 다에 대해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되었다. 오늘날 아시아 여성 이주의 모습은 복잡하다. 이는 높은 수입을 받고 일에 대해 높은 인정을 받는 여성들의 외견상의 이익을 반영하지만, 그러나 여러 종류의 착취가 잠재하는 새롭고 낯선 장소로의 이주가 주는 위험과 어려움 또한 반영한다. 이것(경제적 이주)은 또한 새로운 형태의 생산 사슬과 결합되어 왔다 : 돌봄 경제의 지구화. 이것은 다른 (부유한) 지역으로의 여성 이주가 동반된다. 그러한 지역들에서는 가구의 1인당 소득과 인구학적 분포가 결합되어 가정 돌봄 노동의 외주화를 증가시키게 된다. 이러한 노동은 그전에는 가구의 여성 일원의 미지불 노동이었다.6)

커스터스의 책이 가지는 훌륭한 가치는 얼마나 많은 젠더 관계들의 양상들과 가부장제가 취하는 특수한 형태들이 자본주의적 축적 과정과 밀접히 연관되는지에 대한 그의 간결한 설명에 있다. 그의 분석은 여성의 처지와 보편적인 사회적 해방의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뿐만 아니라 특히 현대 자본주의의 복잡한 본질을 풀어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하고 날카로운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 주
1) Jayati Ghosh, Never Done and Poorly Paid: Women’'s Work in Globalizing India (New Delhi: Women Unlimited Press, 2009); Stephanie Seguino, “"Accounting for Gender in Asian Economic Growth,” Feminist Economics 6, no.3 (2000): 27-58.
2) Lean Lin Lim, “"Women at Work in Asia and the Pacific: Recent Trends and Future Challenges,” International Forum on Equality for Women in the World of Work (Geneva: ILS, 1994).
3) Ghosh, Ibid.
4) Diane Elson, Male Bias in the Development Process, second edition (Manchester: Manchester University Press, 1995).
5) Marilyn Carr, Martha Alter Chen, and Jane Tate, “"Globalization and Home Based Workers,”" Feminist Economics 6, no. 3 (2000): 123-42.
6) Ghosh, Ibid.



[번역] 알쏭달쏭 자본론 읽기모임 :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연구자 김공회 선생(http://socialandmaterial.net/)의 지도 하에 소리내어 자본론을 읽고 떠드는 강독 모임. 자유인문캠프의 2011/12년 겨울강좌 ‘자본론 읽기 입문’에서 출발하여 현재 자본론 2권을 함께 읽고 있다.
덧붙이는 말

자야티 고쉬는 인도 자와하를랄 네루 대학 경제학 교수이며, 뉴델리 국제 개발 경제학 협회 (www.networkideas.org) 사무국장이다. (이메일은 jayatijin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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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 돌봄노동 , 피터 커스터스 , 미지불노동 , 도요티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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