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철도 민영화라니? 2013년 12월 9일 코레일 비상임이사회는 철도 요금 현실화 얘기를 꺼냈다. 철도 요금 현실화라니? 어려운 말을 꺼냈다. KBS 수신료 현실화, 상수도 요금 현실화, 전기 요금 현실화 등등. 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한마디로 현재 각종 요금이 현실적이지 않으니 현실적으로 바꾸겠다, 즉 요금 다 올리겠다는 말 아닌가. 그 간단한 말을 그리 어렵게 말해 노동자 민중을 현혹한다 해서 누가 속아 넘어가겠는가. 하니, <왕가네 식구들>에 나오는 허세달 오만석이처럼 미쳐 버릴 도리밖에 더 있는가.
12월 22일 박근혜 정권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하고 말았다. 철도노조 간부들을 검거하러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하는 불법 공권력이 광기를 부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무엇이 불법 파업이고 무엇이 불법 공권력인지 분간할 사이도 없이 막무가내로 박근혜 정권은 철도, 의료, 전기, 가스, 물 등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공재를 국내외 재벌들에게 헐값으로, 그것도 쌍끌이 급 선박 이상으로 팔아넘기는 일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세상에! 민영화를 넘어 재벌들의 사유화를 이토록 욕망하는 정권이 나라 전체를 김 씨 한 가족이 통째로 사유화하는 북한 정권과 도대체 무엇이 다를까. 오죽하면 외국 통신들이 남북한을 가리켜 한국의 ‘두 왕조’라 칭하겠는가!
12월 22일 분노가 모여 공분을 만들고 우리는 동대구 광장에 모여 철도 노동자 파업을 지지하고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집회를 가졌다. 우리 철도 노동자들이 언제 자신들만을 위해 임금 인상을 요구했는가. 오로지 철도 요금 현실화라는 알쏭달쏭한 말로 철도 요금을 인상하는 꼼수를 부리는 박근혜 정권의 민영화 놀음으로부터 우리 국민과 노동자 민중을 지키고자 8천 명 이상의 철도 노동자 직위 해제를 감수하며 일어선 것이 철도 노동자 아니었는가. 박근혜 정권의 민영화 꼼수가 철도, 전기, 가스를 넘어 온통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대응 자세는 어떤가. 우리가 잘못해서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만시지탄만 만연했던 것 아닌가. 지금도 그러한 태도들이 만연한 것 아닌가. 국가와 자본이 민주노총의 심장부에 총부리를 겨눈 사이 우리는 무엇을 했던가. 오죽 만만했으면 경찰을 대동한 국가가 나서서 민주노총 사무실 침탈을 꿈꾸었을까? 그들에게 억압과 탄압의 꿈을 꿀 자유를 누가 주었는가? 그 자유의 꿈은 우리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 겨우 죽음을 면할 만치의 임금, 넘쳐나는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들과 이 대학 저 대학 보따리 행상 지식인들의 임금에 헐값으로 우리가 팔아 치우지 않았는가?
국가와 자본이 학생들을 알바 시장으로 몰아 세상의 모순을 돌아보지 못하는 맹인들로 만드는 사이 세상을 변혁하겠다던 우리는 우리의 꿈을 어디다 내팽개치고 말았는가? 이념을 빙자한 나의 이기주의와 분파의 이기심에 우리의 분노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공분으로 만드는 데 실패한 것 아닌가?
만들자. 촛불이 부족하면 불을 나누고 분노가 부족하면 분노를 나누어 갖자.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나누며 공유하는 사이 내 옆에 나만이 아니라 나의 장모님, 어머님, 아들, 딸, 며느리, 그 누구라도 좋다. 우리 다시 모이는 날 일당 10으로 사람들을 모으자. 4백이 4만이 되고 4십만이 될 때까지 국가와 자본에 팔아넘겼던 우리의 꿈을 되찾아 오자. 국가와 자본이 박탈해가고 횡령해 갔던 우리의 꿈, 그리고 우리의 희망, 우리의 언어, 우리의 삶 모든 것들을 환수해 오자. 노동자 민중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노동자 민중의 삶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배임죄에 대해 우리가 그 책임을 단호하게 묻자. 철도 노조 파업에 대해 77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국가에 대해 노동자 민중의 수천억 수십 조 수백 조 원의 손해배상금을 국가와 자본에 요구하자.
국가가 재벌의 이익을 위해 민주노총 본부를 침탈한 오늘, 노동자 민중과 민주노총은 재벌의 심장부를 침탈할 수 있어야 한다. 이에는 이 아니던가. 더 이상 미쳐 버릴 일 없다. 노동자 민중의 목을 죄어오는 현실과 맞서 투쟁하지 않는 우리들의 자세가 미쳐 버릴 상황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