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마감한 KT의 특별 명예퇴직 신청자가 8,320명으로 알려졌다. KT가 명예퇴직 신청 마감일을 21일로 앞당겼는데, ‘권고사직’을 종용하고 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직원들의 반발이 일자 서둘러 끝내려는 것이다. 대규모 명퇴시행에 대해 언론에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KT의 기획은 성공하였다.
경영개선을 위해 명퇴시행이 불가피하다는 회사측과 ‘생존권을 잃는다’는 노동자들의 힘겨루기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하는 KT가 유독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노동자뿐만 아니라 경영측면서도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다. 노동인권과 관련해 전방위적 환경을 살펴보고 바람직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첫째, 전 이석채 회장이 초래한 경영위기에 대해 분명한 법적, 사회적 책임이 선결되어야 한다. 그는 2013년 창사 이래 최초로 적자경영을 초래하였고, 횡령·배임혐의로 검찰 기소를 받았다. 무궁화위성 헐값 매각, 수많은 알짜부동산 헐값 매각, 개인정보 유출, 슈퍼 갑질로 인한 공정위 과징금, 계열사 KT ENS의 불법대출, 2010년 주파수 정책 실패로 인한 무선시장 경쟁력 약화, 2011년 실시한 공정가격표시제도 실패로 유통시장 점유율 감소, 무리한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업성이 불명한 벤처기업을 비싼 값에 사들여 수익성 악화, 무리한 사내통합전산망(BIT)추진으로 인한 9천억원 투입 및 2,700억원 손실 등 수많은 문제를 만들었다.
황창규 회장은 취임사에서 “현재 KT가 처한 위기의 1차적 책임은 경영진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서 벗어나 상식과 법규에 맞게 업무에 전념할 것을 당부하였지만, 그의 말과 행동은 전혀 달랐다.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에 박근혜 정부 홍보수석 출신을 앉혔으며, 그는 삼성출신 인사를 지속해서 영입, 요직에 앉히고 조직을 장악하였다. 또, 이석채 사람으로 알려진 정성복 전 윤리경영실장 부회장, 김일영 전 코퍼레이트센터 사장, 김홍진 전 G&E(글로벌&엔터프라이즈)부문장 사장 등 실세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고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전임 이석채 회장의 비리경영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한 인사조치도 미흡했다.
상층부 임원만 물갈이했을 뿐, 실무부서의 책임자급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런 부당한 인사로 경영쇄신은 불가능하다. 이는 정치권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삼성식 경영을 강행하겠다는 의도라 하겠다. 황 회장은 이번 구조조정 시행과 관련하여 KT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윤리의식 부재를 바로잡기 위한 '신(新) 윤리경영원칙'을 제시하고 기업 리스크 관리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고객 최우선 △준법경영 △기본충실 △주인의식 △사회적 책임 등이다. 이는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계열사 협력업체 직원들이 관여된 대출사기 사건 등 경영상의 비리나 실수를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행동에 대한 메시지이지, 과거 문제 해결에 대한 언급이 아니다. 전 이석채 회장의 부실경영에 대한 과감한 척결이 우선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KT노동자들은 현 KT의 상황을 깊이 인식하고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생존권을 고려하여야 한다. 나아가 회사를 위해 청춘을 바친 주인의식과 직업의식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KT는 현재 조직을 장악한 자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경영쇄신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위해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을 내몰려고 획책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제1노조 정윤모 집행부가 이번 구조조정을 동의했다는 것이다. 노동법규에 의하면 부당한 단체협약이라 할지라도 노사합의가 이뤄지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조합원의 사전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일단 유효하며, 사용자의 강요로 노동자가 사표를 제출하였더라도 해당 노동자는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그래서 사표를 쉽게 쓰면 안 된다.
그동안 정윤모 집행부는 ‘상시적 정리해고제’ 합의, 횡령· 배임혐의로 여론의 몰매를 맞은 이석채 전 회장 옹호, 사측의 잔혹한 노무관리로 인한 수많은 조합원의 자살, 사고사에 대해 무반응으로 방관하였다. 이런 행태들을 보면 제1차 구조조정 동의는 자명하다. 노조집행부가 회사와 담합하여 수많은 노동자의 생존권을 말살시키는 작태를 보여 주었다는 건 배신행위와 다름없다. 따라서 현 1노조 조합원은 이에 대해 불신임을 하는 것이 정당한 권리행사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권리주장을 하지 않으면 본인뿐 아니라 동료 조합원의 생존권은 열악해질 것이며, 나아가 정리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최악의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 사측이 강조한 것처럼 “삼성식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며, 상시 구조조정하고, 2년 이상 고과 F 받으면 권고사직 가능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정례화”될 것이다.
새노조 이해관 위원장과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의 시민의식에 바탕을 둔 형사고발로 비리경영을 한 이석채 회장이 쫓겨나고, 후임으로 수많은 사람 중 황창규 씨가 운 좋게 선임되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도리인데 이를 저버리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과 관련하여 사측은 ‘부당한 구조조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조합원총회 소집 서명활동을 벌이는 민주동지회 직원들을 '조직 질서 문란'으로 잇따라 징계위에 넘겼다. 이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마저도 말살하려는 작태이다. 동료 조합원과 생사고락을 함께하여야 할 노조집행부가 이를 방관하는 건 집단이기적 행위다.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의견 설문조사에서 90% 이상의 압도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앞으로 황 회장과 정윤모 위원장을 믿어서는 안 된다. 1노조를 탈퇴하고 2노조인 새노조에 다수 가입하여 1노조로 만들어 종사원의 정당한 권익을 지키도록 힘쓰는 것이 곧, 나와 동료를 살리고 건강한 KT를 만들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는 길이다.
셋째, 현 노동환경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48개국 중 25위지만 노동시장효율성은 78위, 노사협력은 132위를 기록할 정도로 노동부문은 매우 후진적이다.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하는데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정경유착이 아닐 수 없다. KT는 지난 1998년 5184명, 1999년 3672명, 2000년 814명, 2001년 1398명, 2003년 5505명, 2008년 550명, 2009년 5992명을 내보냈다.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을 하는 KT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한 것이다. 이같은 기업은 우리나라에 없다. 이른바 CP(C-Player)프로그램을 만들어 노동자를 괴롭혔으며, 이 때문에 지난해 KT그룹 직원과 58세 이하 명퇴자 중 45명이 죽었다. 그래서 KT는 “죽음의 기업”이란 오명이 붙었다.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것은 법과 제도는 있어도 유명무실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만 한다. 고용노동부, 언론, 법, 정치권 모두 가만있는 노동자의 편을 들지 않는다.
우선 그 역할과 무관하게 고용노동부는 친기업적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보호에는 소극적이다. 영리추구에 혈안인 기업들은 친기업 어용노조를 형식적으로 만들어 다수의 노동자에게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이의를 제기하고 바로잡도록 근로감독을 요구하여도 감독결과는 문제없다는 식이다. 삼성의 무노조경영도 기업 봐주기로 일관하기 때문에 노조설립도 어렵게 한다.
노동조합의 활동도 마찬가지다. KT노조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특별한 반응을 하지 않았다. 여론을 통해 문제점이 노출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는 건 상급단체의 의무를 불이행한 것이다. KT노조에 대해 보완조치를 요구하였어야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논평이라도 냈어야 했다.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의 무반응은 노동자 권익보호와는 거리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환경노동위원회 국회의원들이 종종 부당한 노동문제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곤 한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특정 기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할 것을 요구하며, 노동부장관은 시정조치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그때뿐이다.
언론 보도행태도 그렇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바른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이다. 그런데 노동부문에 있어 언론의 현실은 보면 메이저급 언론사 대부분이 노동인권에 대한 보도는 소극적이며, 사후적 보도에 치우쳐 있다. 노동사건에 대한 보도는 대체로 인터넷 언론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법조계 태도는 고용노동부보다 친기업적이다. 검찰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해당 사업장 사이에 오갔던 수십억원대의 금융거래정보 기록을 확보했음에도, 사업주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특히, 일상적인 자문료 외에도, 복수노조 설립, 복수노조의 과반수 지위 확보 등 노조파괴 시나리오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특정 시점에는 수천에서 수억 원 대의 ‘성공보수’가 창조컨설팅의 계좌로 입금됐다. 검찰은 이미 지난해 노동부로부터 위의 금융거래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 과정에서 해당 증거들을 활용하지 않은 채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더기 불기소 처분을 내려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창조컨설팅은 금속사업장 이외에도 골든브릿지, 순천향대학병원, 한국공항공사, 한남여객운수, KT 및 케이티스 등 수많은 사업장에서 컨설팅을 진행해 왔다.
사회적 약자가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법원이지만 이마저도 노동자의 편이 아니다. 직장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의 신분보장을 받으며, 근로조건 변경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사용자가 이를 어기고 해당 근로자를 내쫒기 위해 임금을 절반 이상 삭감하고 도저히 맞지 않는 일을 강제로 시키고 실적이 부진하다 하여 경고장을 21차례나 남발하여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가한 KT의 위법행위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 손을 들어 준 사건이다. KT와 자회사 케이티스는 담합하여 2년 이상 근무하는 근로자를 해고는 못 하고 8개월째 교육만 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 강행법규를 위반한 사건에 대해 법이념과 동떨어진 판결은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노동인권은 척박하다. 그래서 KT가 무소불위의 행동을 일삼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KT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갑을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겠다는 합의서에 동의하고서 KT의 구태의연한 불성실 자세로 임해 현재까지 실적은 전혀 없다. 그리고 위 사건과 관련하여 노조 불법집회를 주도하였다는 이유로 Ktis는 근로자를 해고한 후,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에 불복하고 피고는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내가면서 행정소송까지 강행하는 몰지각한 작태를 보여주었으나, KT는 패소당했는데도 해당 노동자를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이행강제금을 개인이 내라면 내겠나. 회삿돈이라 해서 부당하게 쓰는 건 문제 아닌가. 그 돈은 노동자가 땀 흘려 번 돈이다. 법과 제도상 노동인권은 보장되어 있다. 사회적약자가 정당한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결해야 하며, 그 단체가 정당성을 유지될 때 그 권익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단체가 구성원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이런 현실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KT 노동자는 현명한 판단으로 확고한 직업의식과 주인의식을 갖고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지키길 바란다. 오늘의 불행한 사태가 온 것은 KT 노동자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이제는 과감한 사고의 전환과 실천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KT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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