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노동자와 에이즈 감염인 노동자의 이야기

[연재] 일터는 나의 벽장(3)

[편집자주] 동성애자인권연대 성소수자노동권팀에서 성소수자들의 노동권과 인권에 대한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 첫번째 시리즈인 '일터는 나의 벽장'에서는 3회 동안 일터에서 일하는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일터라는 벽장에 갇혀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성소수자 노동자 차별! 게이·레즈비언·트랜스젠더·HIV/AIDS감염인 노동자들의 사례를 통해, 성소수자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 모두가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과제임을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트랜스젠더 남성 노동자인 A씨 이야기

A씨는 성별정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등록상에 여성으로 표시되어 있다. 고등학교에 가지 않았다. 여자 교복을 입는 게 너무 싫어서였다. 공장에 갔지만 거기도 다 여자들이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바깥으로 도는 일, 무거운 거를 날라주는 일을 했다. 그는 주로 제본소, 세탁소 배달, 집배원 모두 남성들이 주를 차지하는 일을 해왔다. 그런 일들은 노동강도도 세고 여성이 남성의 일을 한다는 편견까지 깨야 했다.

A씨에게 화장실 문제는 형제에게도 못할 정도로 비밀스럽지만, 가장 힘든 문제다. 회사에서 화장실을 갈 때 마나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도 없을 때 일을 보고 나오다가도 누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다. 직장에 있는 여성휴게실은 10년간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았다. 여성휴게실에 들어가는 것은 너무 불편하다. 나이가 들고 안정적인 내근직을 하게 되었을 때, 유니폼 입기를 요구된 적이 있었다. 일주일인가를 회사를 못 나오고 다시 나와서 평생 처음으로 여자 유니폼을 처음 입어봤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못 견디겠다고 이야기했더니 막노동할 수 있는 쪽으로 돌려줬다.

A씨의 동료들 중에 아저씨들이 XX군라고 부른다. 오히려 XX양, 이러면 더 자존심 상한다. 내가 잘못 살았구나, 이럴 거다. 동등한 동료이길 원한다. 성별로 나뉘는 것도 원치 않고. 그냥 동등하게 남한테 피해 안주고 내가 할일 할 테니까, 동료로서 인식되길 원한다. 그러니까 누군가 전력질주를 해서 80을 하면 나는 최소한 100이나 그 이상은 하자라는 주의로 한다. 그러니까 항상 피곤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은 일자리들은 성별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아직도 이 사회에는 남성에게 맞는 일자리, 여성에게 맞는 일자리가 구분되어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화장실, 탈의실, 직장내의 역할 분담 등 모든 문화가 성별로 나뉘어져 있다. 이러한 일터에서 성별정정을 하지 않은 트랜스젠더들은 배제된다. 성별정정을 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트랜스젠더임이 밝혀짐으로써 받게 될 시선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신의 과거 기록을 모두 없애야 한다. 그래서 성별정정 이전의 경력은 모두 삭제된다. 다시 바닥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별 정보를 표시하는 주민등록번호가 굳이 필요한 것일까? 성별정정을 하지 못한 트랜스젠더들은 가방이나 지갑을 누가 볼까 봐 항상 두려움에 쌓여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일 자체가 특정 성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력서에 성별을 적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트랜스젠더 뿐 아니라, 성별에 따른 차별도 방지할 수 있다. 그리고 공중화장실, 샤워실처럼 남녀로 나눠 단체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1인 화장실처럼 개인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성전환수술 했을 경우에도 의료보험이 된다거나, 실업급여처럼 몇 개월간 지원을 해준다거나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일할 권리를 빼앗긴 에이즈 감염인

HIV/에이즈는 더 이상 ‘죽음의 병’이 아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한 건강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만성질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침, 눈물, 콧물, 땀, 소변 등의 분비물로는 감염되지 않으며 악수, 포옹, 식사 등의 일상생활에서도 전염되지 않는고, 콘돔 없이 성관계를 해도 전염 확률은 1000분의 1 수준으로 낮다. 하지만 에이즈감염인들은 편견과 사회적 차별로 인해 일할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다.

국내 에이즈 감염인은 2012년 누적기준으로 9,410 명이 넘었다. 이중 아직 충분히 일할 수 있는 연령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나 직장검진에서 동의 없는 에이즈 검진을 하는 곳이 많고 그 검진 결과가 본인도 모르게 사업자에게 통보된다. 에이즈 감염인은 성(性) 접촉 가능성이 높은 직업만 갖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업을 가져도 문제없지만, 에이즈감염인들은 해고통보를 받아도 별다른 항의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감염사실이 금세 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건강이 유지되고 있는 감염인을 검사로 ‘솎아내려는’ 기업의 검진 제도는 없어져야만 한다.

더불어 직장 내에서 HIV/에이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리바이스트라우스 회사 같은 경우에는 <직장내 HIV/에이즈 대처방법: 관리자 및 팀원들을 위한 가이드>란 책자를 만들어 효과적인 예방 정보, 적절한 치료, 마음에서 우러난 간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터는 나의 벽장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성소수자 노동자가 일터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고, 성소수자가 일터에서 겪는 차별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인식되고 있지 않는 현실에서 이 시리즈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걸음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구체적으로 알고 싶은 분들에게 5월 9일(금) 저녁 7시30분 경향신문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있을 토론회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노동절 기념 성소수자 노동권 토론회> LGBT가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요구되는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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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인 , 트랜스젠더 , 에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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