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합니다. 구조헬기가 도착한 소리가 들렸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해경함이 선실 유리문 밖에 와 있어 간절히 손을 흔들었지만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언딘마린인더스트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이 아이들을 구하러 다시 선실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비정규직 선원들이 있었습니다.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바닷물로 뛰어들었다가 영영 돌아오지 못한 고교생이 있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주기 위해 하나 남은 구명정을 가슴에 품고 있던 엄마가 있었습니다. 서로의 구명정을 묶거나, 서로를 꼭 껴안은 채 발견된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우현 쪽으로 문이 열려 있고 하늘이 보였지만 기울어진 배 안에서 오를 길이 없었다고 합니다. 누군가 동아줄 하나만 내려주었어도 그곳에 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살아 올라왔을 거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그렇게 정부와 언론이 생중계해주는 속에서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히 가만히 침몰당하는 모습을 눈을 뜨고 지켜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이 정부는 단 한명의 국민도 살려주지 못했습니다.
그 후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혼자 살아 돌아 온 책임과 아픔에 괴로워하다 자신의 목숨을 끊은 교감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시신만이라도 구해주려고 저 심해로 들어갔다가 숨져간 잠수사가 계셨습니다. 분향소에서 자원봉사하던 분이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목숨을 끊었습니다. 숨져간 단원고 2학년생과 같은 나이의 아들과 대학생 자녀를 둔 분이었습니다. 죽어간 아이를 따라가겠다고 위험한 사선까지 갔던 유가족분들이 알려진 것만 벌써 몇 분입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은 세월호의 사람들을 구하지 못한 4월 16일에서 멈춰 있습니다. 아니 이 정부의 무대응과 무능과 무책임에 의해 2차, 3차 침몰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 세월호에서 혼자만 안전한 사람이, 그들만 안전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정부와 대통령입니다.
대한민국 세월호는 총 세 번에 걸쳐 침몰되었습니다.
첫 번째 침몰은 알려진 대로 승객들을 버리고 탈출한 선장에 의해, 그와 대부분의 선원들을 비정규직으로 고용한 선주에 의해, 운송료 수입을 위해 평형수를 빼고 과적을 한 선주에 의해, 그를 일상적으로 묵인해온 해운조합에 의해, 부당한 선체 개조를 허가해 준 한국선급에 의해, 그들에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주화한 이 정부에 의해 침몰당했습니다. 그들은 현재 구속되어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로 기소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침몰은 구조신고 이후였습니다. 8시 52분 최초의 조난신고가 접수되고 9시 40분경 헬기와 해경정이 도착하고 나서도 배는 1시간 반 동안 물에 떠 있었고 모든 승객들이 ‘안전한 선실’에서 살아 있었습니다. 당시의 선장은 민관군에 대한 모든 지휘권과 책임을 가지고 긴급한 임무를 부여받은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각 이후 단 한 명의 사람도 구해주지 않았고,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세월호에서 제일 먼저 탈출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아직 사람들이 살아 있을 수도 있는 그 초기부터 그는 저 아래 하층 선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맨 먼저 이 세월호의 무한 책임으로부터 탈출하기 바빴습니다. 그런 선장을 따라 선원들도 총력으로 사람들을 구하러 집중해야 할 때 자신들만 탈출하기에 바빴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1등 항해사는 구조대와 교신, 그리고 다음 대처방송을 기다리는 승객들을 외면하고 청해진 본사와만 수차례 보고전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또한 구속되었습니다.
재난 접수 이후 모든 구조의 책임선과 콘트롤타워가 되어야 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1등 항해사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따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 콘트롤 타워가 아니다, 중앙재해대책 본부가 콘트롤 타워가 맞다’고 책임을 미루곤 맨 먼저 이 세월호로부터 탈출했습니다. 그들은 아직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긴박한 때, 언론통제지침을 내려 대한민국 세월호의 침몰을 부추겼습니다. 교육부 장관은 현장에 도착해 체육관 바닥에 누워 자며 식음을 전폐한 유족들 곁에서 의전의자에 앉아 시장기를 달래고 있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은 ‘계란을 넣은 것도, 끓여먹은 것도 아닌데’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들의 미래인 소년소녀들이 저 심해에서 숨이 막혀가고 있을 때, 그 무엇도 목에 넣을 수 없는 유가족들이 숨이 막혀갈 때 계란을 넣어먹은 것도, 끓여먹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도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안전행정부 관료들은 그 긴박한 때 현장 상황실 앞에서 기념촬영을 시도했습니다. 그들도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눈 뜨고도 제대로 된 구조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해경들을 이제 조사하고 구속하겠다고 합니다. 모든 민관군에 대한 재난지휘권은 대통령과 정부가 가지고 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눈 뜨고도 단 한 명의 국민도 구출하지 못한 선장이 책임져야 합니다. 진도 앞바다에서 보이지 않는 선장에게 구조를 하소연하겠다고 유가족들이 나섰습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만나러 가겠다는데 경찰이 막아섰습니다. 국민의 간절한 구조신호의 기회조차를 막아선 경찰청장도 무사합니다. 모두가 박근혜 선장과 그 선원들이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대한민국이라는 세월호 전체가 그런 무능과 무책임 앞에서 죽어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으로 침몰해 갔습니다. 6.4지방선거를 비롯해 모든 정치 일정이 중단되고, 온 사회의 모든 기쁨이, 슬픔이, 일상이, 중단된 채 침몰되었습니다. 모든 학교의 수학여행이 취소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경쟁교육의 틈바구니 속에서 단 한번인 고교시절의 추억을 죄없이 반납해야 했습니다. 모든 학교에서 웃음이 사라졌고 학사 일정이 조정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들조차 까닭 없이 죄인이 되어 아직도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고 어딘가에 격리된 채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까닭 없이 모든 선생님들이 죄인이 되어 아이들 앞에 서기가 미안하고 두렵습니다. 방송의 모든 오락프로그램들이 중단되었습니다. 모든 어린이들의 어린이날이 반납되고, 어버이날이 반납되고, 스승의 날이 반납되고 있습니다. 모든 집회시위가 반납되고, 행사가 취소되고 있습니다. 알려진 곳만 전국 170여 곳. 온 나라가 분향소가 되었습니다. 모든 공동체의 시민들이 공통의 아픔을 겪는 상주가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넘쳐나는 눈물의 바다 속에서 우리 모두도 그렇게 수장당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침몰당해가는 대한민국 세월호의 수많은 승객들이 선장 박근혜 씨에게 제대로 된 책임과 대처를 요구했지만 그의 무능과 독선과 오만과 무대응과 무책임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좌절한 모든 이들과 사회 전체가 도무지 어찌해야 할 길 모르는 심해 속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대통령은 그의 입인 대변인을 통해 좀 더 역할을 해달라는 유가족들에게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SNS에 사실이 아닌 유언비어 몇 개만 올린 네티즌들만 구속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올바른 보도를 막고 언론보도통제 지침을 내린 대통령과 청와대, 이를 수행한 KBS사장은 구속되지 않았습니다.
이 사회 전체가 다시 살아 돌아오려면 진짜 책임자가 구속되어야 합니다. 구조신고 이후 단 한 명의 사람들도 구출해내지 못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핵심 선원들이 ‘공무 불이행에 따른 살인죄’로 구속되어야 합니다. 구출의 책임도 다하지 않고, 오히려 그 책임으로부터만 혼자 탈출하려는 이 못된 선장이 구속되어야 합니다. 그 선원들이 구속되어야 합니다.
대통령은 무슨 왕조시대의 왕이 아닙니다. 관료들 역시 무슨 상전들이 아닙니다. 그와 그들은 우리가 채용한 몇 사람의 국민에 불과합니다. 선거로 뽑았는데 어쩌고 해서도 안 됩니다. 잘못이 있을 땐 불러내려야 합니다. 그때에야 우리는 현대판 왕이 아닌 국민의 마름으로서의 진짜 대통령을 볼 수 있습니다. 온 나라가 상갓집이, 전체 국민이 상주가, 모든 사람들이 본인이 수장되어가는 아픔과 불안에 시달리는 이때 ‘이만한 일로 대통령을...’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을 줄로 압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우리 모두에게 있고 국민으로부터만 나옵니다. 현재 우리가 채용한 그들의 오만과 무능과 해태와 부패와 독단과 건방에 의해 대한민국 세월호 전체가 침몰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이 사회에서 무한으로 안전한 특수기득권 층들은 벌써부터 이런 책임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유가족들을 핑계로, 죽어간 이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에 기대 다시 우리 모두에게 가만히만 있으라고 합니다.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다시 이 세월호의 선장으로 선원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진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호도하고 올바른 주권을 행사하지 않은 미필적 공범이 되고 맙니다. 세월호의 사람들과 유가족들을 우리가 다시 침몰시키는 일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다시 이 대한민국 세월호의 선장이, 항해사가, 조타수가, 갑판원이 되어 다시는 이런 참사와 인재가 없도록 분명한 책임을 묻고 이 사회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과 관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5월 8일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인 만민공동회의 사람들이 청와대를 쫒아갔습니다. 청운동사무소까지 고작 1km 남짓. 거기까지 가는데 무려 두 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과 골목들이 경찰들에 의해 막혔습니다. 가는 길마다 사람들이 경찰들에게 삼중사중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함께 잡히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런 분노와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뛰고 넘고 했습니다. 청운동사무소 앞, 모두를 연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세월호에서 죽어간 이들을 생각하면, 그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온 나라에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들의 찢어지고 미어지는 가슴을 생각하면, 그 분노와 미안함을 생각하면 차라리 이 세월의 감옥으로 가는 게 미안함이 덜하는 길이라고, 잘 됐다고 우리 모두 연행되겠다고 했습니다. 당신들의 무능과 무책임 탓에 우리 모두가 상주가 되어 있다고, 그런 상주들을 잡아넣어보라고 절규했습니다. 같은 시각 KBS본사 앞으로 간 유가족들의 입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단 한발자국도 뜰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버틴 새벽 2시 KBS 앞으로 갔다가 문전박대만 당한 유가족들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있냐고, 갈 수 있냐고. 우리 모두가 함께 지키고 있다고 오시라고 했습니다. 새벽 2시 30분 마침내 이 시대의 세월호에서 어디로도 갈 수 없던 유가족 150여 분이 자식들의 영정을 들고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청와대 앞길을 집단으로 걸어 올라오고 계셨습니다. 그 소년들의, 그 소녀들의 영정사진을 도저히 눈뜨고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얼굴들이었기에 정말 차마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엉엉엉’ 눈물과 통곡이 복받치는데 그 피눈물을 안고 있는 유가족들 앞에서는 함부로 울어서도 안됐습니다. 정말 온 힘을 다해 입을 앙다물었습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났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제발 저 하늘 은하수 곁으로 가는 배에서만큼은 해맑고 기쁘고 행복하기를. 이렇게 가만히 있지 않으려는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기를.
그날은 어버이날이기도 했습니다.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대통령과 정부가 오히려 팽목항과 안산분향소를 찾아 무릎 꿇고 유가족들과 우리 전체 사회에 백배 사죄를 하고 위로를 해야 할 날이었습니다. 오히려 150여 명의 학생들이 영정이 된 채로 죽어서라도 단 한번만이라도 손을 잡아달라고 청와대를 찾아야 했습니다. 15시간 동안 앉아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날이 밝자 지역 주민들이, 소식을 들은 시민들이 물이나 김밥을 사다주셨습니다. 목사님들이, 신부님들이, 학생들이, 노동자들이, 서울 시내 선생님들이, 장애인분들이 달려 왔습니다. 필요한 게 뭐가 있겠느냐고 전국 각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청와대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 한 병, 김밥 한 줄, 앉아 있을 깔개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전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는데도 대통령은 경제관계 회의 주재 중인데 그 시각까지 유가족들이 청와대 문전에 와 있는 것을 ‘모르고 계신다’고 했습니다. 전날 저녁 9시경 유가족들이 안산분향소의 영정들을 내려 품 안에 안고 안산시에서 내준 버스 5대를 타고 KBS를 향해 떠날 때 이미 온 사회가 난리가 났습니다. 새벽 2시경에 KBS 앞을 떠날 때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면담요구를 걸고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온 나라가 알고 있는 일을 대통령과 그 선원들만 모르고 있었습니다. 온 나라가 침몰하고 있는 것을 그 선장만 모르고 있습니다. 나중엔 ‘순수 유가족’만 만나겠다 했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에 있지, 여기 있을 가능성이 적다”고 했습니다. 구해야 할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구해달라는 사람들이 면전에 와 있음에도 본인들만 모르는 정부와 대통령입니다. 그렇게 눈앞에서 사람들을 죽인 살인정권, 무능대통령이었습니다.
결국 면담에 나선 청와대는 다시 자신들만 도망치기 바빴습니다. 제물은 KBS 사장이었습니다. 처음엔 그도 어렵다 했습니다. 전언은 청와대가 방송사 사장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참 좋은 말입니다. 언론보도통제지침을 내린 청와대였습니다. 금세 말을 번복해 즉각 KBS 사장을 불러냈고, 사과에 나서게 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보는 가운데 KBS 사장은 돌아가는 즉시 문제가 되었던 보도본부장의 사표를 수리하겠으니 용서해달라고 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문제가 되었던 보도본부장은, KBS 사장은 정부의 시녀에 불과했다고 폭로하며 사장이 동반 사퇴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혼자 탈출하기에만 바쁜 대한민국 세월호, 박근혜호의 주요 선원들이었습니다. 결국 유가족들은 끝내 대통령을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영정이 되어 찾아온 학생들도 대통령을 만나볼 수 없었습니다. 그 청와대의 선원 그 누구도 나와 유가족들과 죽어간 학생들에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더더욱, 돌아온 다음날 KBS 보도본부장은 다른 부서로 발령되었을 뿐이라는 게 알려졌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와 공영방송 KBS 사장이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유가족과 죽어간 아이들을 다시 한번 속이고, 죽였습니다. 어디에서 진실보도를 찾아볼 수 있겠습니까. 어디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중대한 시기에, 청와대에서, 대한민국 모든 언론이 지켜보는 앞에서 말한 것도 지키지 않는 대통령과 그의 청와대이며 정부입니다. 도대체 그런 거짓말쟁이들에게 어떻게 이 세월호의 모든 승객들의 안전을 맡긴단 말입니까. 이 한 가지 일만으로도 대통령과 청와대의 모든 선원들은 단죄되고 구속되어 마땅합니다. KBS 사장은 공영방송의 입을 떠나 인간이 아닙니다.
하여 다시 2차 청와대 만민공동회를 준비합니다. 진실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합니다. 5월 18일. 그런 못된 선장들과 선원들에 의해 1980년 광주에서 무수한 시민들이 학살당했던 날입니다. 오늘 다시 대한민국 세월호 승객들 전체의 안전과 생명이, 민주주의가 학살당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세월호에서 혼자만 탈출한 대통령과 그 선원들을 구속시켜야 합니다. 온 나라를 상중으로 만든 선장이 구속되어야 합니다.
4월 16일의 재난으로부터 돌아가신 분들의 넋들을 추모하고 대한민국 세월호를 구하고자 하는 416명의 구조대들, 가만히 있지 않고 행동하려는 사람들이 앞장서자고 했습니다. 그렇게 작은 세월호가 되어 일상 속에서 늘 침몰당해가야만 했던 강정의 주민들이, 밀양의 할매할배들이, 용산의 유가족들이, 장애인들이, 도시빈민들이, 쌍용자동차와 한진중공업과 기륭전자와 콜트콜텍과 유성기업과 코오롱과 철도의 노동자들이 전교조의 선생님들이, 지식과 양심은 그 자유의 행사, 실천을 동반하지 않으면 썩은 것이라는 교수님들이, 성직자님들이 먼저 앞장서자고 했습니다. 이것은 침몰해가는 대한민국 세월호를 구하자는 또 하나의 구난신호입니다. 선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당신이 구속되어야 한다는 우리 시대의 구난신호를 전하기 위해 갑니다. 80년 광주 5.18의 시민들이 그러했습니다. 과거 정권은 그런 시민들을 가만히 있으라고 총칼로 제압했습니다. 오늘의 정부는 어떠할지 보겠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어떠한지 보겠습니다. 5월 광주에서 맨 먼저 탈출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지킬 게 많은 사람들이었습니다. 도청에 남았던 이들은 힘없고 이름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또 다시 그렇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늘 앞장서서 우리 사회의 오늘과 내일에 대해 진단하고 주문을 내는 분들께서 먼저 함께 해주시길 바래봅니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은 대통령과 그 선원들에게 있다고 수없이 말했던 분들이 함께 해주시길 바라봅니다. 우리 사회를 앞에서 지키시겠다고 하시는 정치인분들이 앞장서주시길 바랍니다. 가만히 있지 않아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했던 우리들의 말들이 용기를 갖고 나서주시길 바라봅니다. 정확한 책임을 묻는 우리가 먼저 책임을 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날만큼은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군부독재보다 더 악독한 것이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 관료독재, 자본독재입니다. 다시는 어떤 세월호도 함부로 그들에 의해 침몰되지 않도록 이 세월호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날 정확히 이름을 밝힌 416명의 평형수들은, 에어포켓들은, 다이빙벨들은, 공정한 소리들은 어떤 공권력의 무자비한 물살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라는 어떤 선동에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차벽이 막아서면 비로소 차벽을 넘을 것입니다.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세월호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손을 잡고 살 수 있는 곳을 향해 간다는 심정으로,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다시 물속으로 뛰어든 한 소년의 뒤를 따라 간다는 심정으로, 구명정 하나를 품안에 들고 아이를 기다리던 어머니의 손을 잡고 그 아이에게 간다는 심정으로, 학생들을 구하기 위해 그 선실로, 그 바다 속으로 다시 돌아갔다는 젊은 선생님들의 손을 잡아준다는 마음으로 그 모든 불의와 무능과 무책임과 폭력과 적당한 타협의 벽을 넘겠습니다. 416명이 아니라 4160명, 아니 4천만, 7천만 공동체 전체가 이 참혹한 세월호의 벽과 안일과 무책임을 넘어야 합니다. 1%도 안 되는 사회특권층들만 무한 안전을 누리는, 그들에 의해 모든 사회의 공공성과 기관이 허물어지고 썩어가는 이 세월호의 불안과 공포를 넘어야 합니다.
5월 17일 전국에서 모든 시민들이 나서서 추모의 촛불을 들자고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그러나 거기에 멈추면 안 됩니다. 17일의 추모에 이어서 5월 18일 전국의 모든 곳에서 추모를 넘어 분명한 책임과 진상규명을 묻는 생명의 길, 대안의 길에 함께 나서주시길 바라봅니다.
잊었던 노래 한 곡을 소리죽여 불러봅니다. 광주 5.18출정가였습니다. 군데군데를 바꿔 불러 봅니다. 그냥 눈물만 납니다.
“동지들 모여서 함께 나가세. / 세월호 분노가 우리에게 있다 /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하여라 / 억눌린 민중의 해방을 위해 / 나가 나가 청와댈 향해 / 출정가를 힘차게 힘차게 부르세.”
[제안 드립니다]
* 5.18일 청와대로 함께 향해 가실 416명의 평형수가, 에어포켓이, 다이빙벨이 되어주십시오. 4160명이 41600명이 되어주신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이곳에 댓글로 성함을 밝혀주시거나 안내 웹자보의 연락처로 이름 남겨주시고, 당일 3시에 나와 주시면 됩니다. (장소 추후공지)
* 당일, 모인 우리 모두가 함께 만민공동회 후 대통령 구속 및 사퇴 촉구의 뜻을 분명히 청와대에 전달하고자 합니다.
* 서울로 못 올라오시고 각 지역에서 지역 행정관서를 향해 동반행진해주시고, 이러한 뜻이 담긴 서한을 전달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