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서 과천까지, 저 쓰라린 세월은 우리들의 쓰라린 세월

[연속기고] 코오롱 불매투쟁(1) 해고 10년, 코오롱 불매로 되찾아야

[편집자주] 코오롱 해고 노동자들이 길거리 투쟁에 나선 지 장장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단식과 송전탑 고공농성, 본사 로비 점거, 천막 농성 등 안 해 본 투쟁이 없다. 유서를 가슴에 품고 동맥 절단을 시도한 노동자도 있었다. 하지만 경영상의 위기와 무관하게 정리해고를 강행한 코오롱 자본은 지금껏 탄압과 외면으로 일관하며 노동자들을 고통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코오롱공대위는 2013년 4월부터 불매운동을 시작했고, ‘코오롱스포츠 불매산행’은 벌써 ‘시즌 3’까지 진행됐다. 지난 8월 18일부터는 ‘코오롱스포츠 전국 매장 앞 1인시위 및 주요도시 불매 캠페인’을 선포하고 집중 투쟁에 돌입했다. <참세상>은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의 글을 시작으로 총 10회에 걸친 코오롱스포츠 불매 기고글을 싣는다. 이후에도 노동계와 법조계 인사들을 비롯해 코오롱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의 글이 이어질 예정이다.

[출처: 노동과 세계]

그들의 피눈물을 보기 전까지는, 그들의 고공농성을 보기 전까지는, 그들의 농성천막을 찾기 전까지는, 그들의 그들의 최일배의 맑고 환한 웃음 속 타는 가슴을 느끼기 전까지는...

코오롱 등산복은 비싸지만 괜찮은 국산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젊은 날 코오롱 배낭은 돈을 모아 사고 싶은 제품이었고 코오롱 코펠은 한때 내 처지에서는 범접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아웃도어의 전성기가 오고 수많은 브랜드가 점유율을 높여가도 코오롱이 정통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대기업 자본의 상품이 홍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한국 사회에서, 자본의 부패와 악질적인 횡포 그리고 악어의 눈물까지 일상으로 펼쳐지는 한국 사회에서 내게 코오롱은 그저 좀 쳐줄만한 등산용품 전문 회사로 보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사람의 도리를 흉내조차 내지 않는 코오롱 자본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다. 십년 전 코오롱 노동자들은 애원하고 또 애원하고 수치와 모욕도 감내하고 임금도 줄여가며 정리해고만은 안된다고 통사정을 했다. 그러나 코오롱은 노동자들을 잘라냈다. 자르고 또 잘랐다. 더는 자르지 않겠다고 합의해 놓고도 코오롱 자본의 눈에 거슬린 노동자들만 골라내서 ‘정리’했다. 경영의 위기라더니 경영의 부패였다. 용역깡패는 기본이었고 어용노조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코오롱의 눈과 귀는 수백억의 횡령으로 드러난 탐욕의 개인금고 만을 향해 열렸다. MB 형님 정권과의 유착은 4대강 사기 사업까지 연결되었다고 한다. 참으로 나쁜 짓만 가지가지 저지른 코오롱 자본이다.

그렇다! 코오롱 자본은 냉혈동물이다. 목숨을 내건 사람들 앞에서 목숨을 짓밟아도 좋다는 코오롱 자본은 유성기업이며 쌍용자동차이고 밀양과 청도의 한수원이다. 세월호 참사를 짓이기고 있는 정권의 모습과 무엇이 다를 것인가! 십년 강산 동안 사람답게 살겠다고 싸워온 코오롱 정투위 노동자들의 마를래야 마를 수 없는 ‘젖은 눈’으로 함께 보자. 코오롱 자본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코오롱 등산복이 배낭이 코펠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산에 간다. 봄에 간다. 여름에 간다. 가을에 간다. 겨울에 간다. 산이 좋아서다. 작은 풀꽃도 보고 칡 냄새 더덕 향기도 맡는다. 다람쥐도 보고 운 좋으면 창공을 가르는 황조롱이도 본다. 눈에 푹 빠져드는 산도 좋고 산안개 그윽한 수묵 산행도 좋다. 생각하지 않아도 보여서 좋다. 그리운 사람도 산에서 그리면 더 좋다.

그러나 이 좋은 산길에서 코오롱 상표는 보고 싶지 않다. 산을 닮아 가고 오고 싶은데 사람냄새 없는 코오롱 등산모 등산복 등산화를 만나면 울화통이 치민다.

구미에서 과천까지, 코오롱 공장과 본사를 오가며 십년 고행을 이어온 사람들이 있다. 사람 목숨은 누군가 ‘정리’할 수 없어야 하는 것인데 코오롱 자본은 사람을 ‘정리’했다. 피도 눈물도 없이. 나는 선생이다, 교육노동자다. 대다수가 노동자가 되겠지만 자본가가 될 지도 모를 학생들 앞에서 어느 선생이 사람을, 노동자를 ‘정리’할 수 있다고 가르치겠는가. 혹여 돈 많이 버는 자본가가 될지라도 사람답게 돈 벌고 사람의 얼굴로 노동자와 함께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교육노동자의 도리이다. 그러나 참혹한 현실은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것을 증명해내고 있다. 지금 이 현실을 바꾸지 않으면 이 현실은 우리 학생들의 가장 가까운 미래이다.

‘정리’하고 그 누구도 ‘사람 목숨’을 책임지지 않는 사회는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 아닌 것이 펼쳐지면 울화통이 치밀어 올라야 사람이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다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그래야 야만을 딛고 생명과 평화의 숲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동맥까지 끊어 가며 싸워온 최일배이며 우리가 코오롱 정투위 노동자이다. 우리가 쌍용차 노동자이고 우리가 유성기업 노동자이며 밀양과 청도와 제주 강정이다. 우리가 세월호 가족이다.

코오롱 스포츠 불매 운동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큰 일 중의 하나이다. 코오롱 정투위 노동자들이 당당하게 걸어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저 쓰라린 십년 세월 우리들의 십년 세월을 되찾을 때까지 마음과 실천이 모아지길 간구한다. 코오롱 단체복 하지 말자. 코오롱 스포츠 보지도 말자. 맘 편하게 산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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