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악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연속기고]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진실(3)

[편집자말]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 반드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이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입니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에서는 이 대책이 현실화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현재 정부는 어떻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연속기고를 합니다. 세번째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진행 경과에 대해서 싣습니다.


노동자 모두에게 재앙인 노동시장 구조개악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을 내놓을 때,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며, 청년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이 어떻게 경제를 살릴 수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청년일자리를 만드는지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구호만 요란하게 외칠 뿐이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정부는 그것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애초부터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만든 정책도 아니고, 청년일자리를 위해서 내놓은 정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은 500조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도 하지 않고, 중소기업을 수탈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는 재벌대기업의 요구를 수용한 정책일 뿐이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재벌대기업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면 욕을 먹을테니, 그럴듯한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 명분으로 채택된 것이 청년일자리요, 경제살리기일 뿐이다.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정책을 ‘비정규직 보호입법’이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것처럼, 명분과 실재가 다른 정책을 너무나 많이 봐왔기 때문에 이제는 익숙해질만도 하련만 이번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대한 선전만은 도저히 봐줄 수 없다. 만약 이 정책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노동자들에게도 재앙일 뿐 아니라, 국민들이 그토록 걱정하는 경제도, 청년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절대로 살아나지도 주어지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청년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삶은 더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지면 가장 먼저 노조가 없는 사업장 노동자들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새롭게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더이상 안정적인 일자리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노사정위원회 결렬 선언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멈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정부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주장하는 ‘임금피크제와 직무성과급제’ 그리고 ‘저성과제 해고제도’ 도입은 가이드라인, 노동부의 지침, 시정지도 등으로 계속 진행되는 중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기간제와 특수고용, 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거나 개정함을 통해서 비정규직을 확산하려는 시도도 지속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중에서 임금체계 개편과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내용을 중심으로 이런 구조개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일방적 임금체계 개편이 시도되고 있다

우선 임금체계 개편 상황을 보자. 정부는 5월 7일 ‘공공부문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내놓았고, 5월 15일 임금피크제 설명회를 하면서 공공부문에서부터 임금피크제를 강행할 것임을 내비쳤다. 그리고 5월 28일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되기는 했으나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제도 공청회’를 시도했다.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되는 임금피크제 방안은 ‘청년 채용과 연계된 임금피크제’라는 점이 눈에 띈다.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임금만큼 청년노동자를 신규로 채용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정책이 청년노동자 일자리를 위한 정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공공부문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데, 정부는 법으로 명시된 정년을 보장받는 대가로 임금피크제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임금피크제가 정년보다 더 일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법에 보장된 정년만큼 일하는 대가로 정년 전부터 임금을 깎는 제도인 것이다. 그리고 임금피크제로 전환한 인력은 정원외 인원으로 하여, 여기에서 깎은 임금만큼 청년을 신규채용 한다고 한다. 신규채용된 노동자들은 초임직급을 유지한다. 총인건비는 달라지지 않는데 임금피크제와 신규채용을 연동시키고 초임직급의 총인건비를 그에 맞춰버리니 당연히 채용인원은 늘어나기 어렵고, 만약 채용인원이 늘어나면 신규채용자들의 임금은 줄어들게 된다. 고령노동자와 청년노동자를 갈등하게 만들고, 그렇게 신규채용된 청년노동자들 끼리도 한정된 비용 안에서 갈등하게 만드는 정책이다. 노동자들의 총인건비는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채 노동자들만 서로 깎아먹기를 하는 정책을 만들어놓고, ‘청년일자리 창출’ 운운하니 참으로 가증스럽다.

이런 공공부문 정책을 민간에 유도하겠다고 하면서 내놓은 것이 바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정부가 5월 28일에 공청회를 하겠다고 하면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임금체계 변경은 노동조합과 충분히 협의했을 경우에는 불이익변경이 아니라고 간주해야 한다고 한다. 법원에서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충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인정해주어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란다. 협의라는 외형을 띠기는 하지만, 노동조합이 비합리적으로 반대할 경우, 기업이 일방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것이라고 봐도 된다고 한다. 결국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해도 법률적으로 기업들에게 유리하도록 지침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저성과자 해고를 강제하는 정부의 정책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발주한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용역보고서’는 이미 12월에 완성되었다. 이 용역보고서는 KT에서처럼 잔인하게 진행된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며, 변경해고도 용인한다. 해고의 절차와 기준을 기업 일방이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분쟁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부당해고 소송 기간을 제한하는 등 쉬운 해고, 일방적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용역보고서를 만든 고려대학교 박지순 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법원이 저성과자 해고를 판단할 때 유용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고용노동부는 이 보고서에 입각하여 6월 말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을 통해서 추후 해고에 대해 법적 다툼을 할 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고용노동부는 불합리한 단체협약에 대해서 시정조치를 하겠다면서 5월 말까지 전국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명분은 ‘고용세습’을 없애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고용세습’보다는 ‘기업의 인사․경영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의 기업의 인사․경영권이란 “전환배치와 해고제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이후에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려고 사전에 단체협약을 손보는 것이다. ‘고용세습’을 없앤다는 명분을 대지만, 대다수 비정규직을 쓰고 공채 구조를 없애면서 채용구조는 대단히 왜곡되어 있다. 채용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공채를 확대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이런 채용구조의 왜곡이 마치 노동조합 때문인 것처럼 몰아가면서 청년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실제로는 노동자들이 해고를 막지 못하도록 단체협약을 무력화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에서는 경력이 오래된 사무직 노동자들을 저성과자로 분류하여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강요했고, 그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을 강제 교육에 참여시킨 바 있다. LG전자에서도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저성과자’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학대하여 해고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천안에서도 사측이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하면서 저성과자에 대해서 함부로 해고할 수 있는 내용을 넣어놓았다. 정규직-비정규직 가릴 것 없이 기업이 일방적으로 성과를 측정하여 해고하는 일이 이미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청년노동자들은 인턴 혹은 기간제로 사실상 수습기간만 연장되어 있고, 그 기간동안에는 언제라도 저성과자라는 이유로 해고될 수 있다. 저성과자 해고는 사무직 노동자들의 구조조정 수단이자 노동조합을 파괴하는 손쉬운 수단이며, 청년노동자들의 열정과 노력을 착취하는 도구가 되고 있다.

다시 ‘전선’을 세우자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지속하면서도 여전히 ‘비정규직’과 ‘청년노동자’를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그 명분과는 달리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년노동자들은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으로 더욱 고통당한다. 임금피크제는 청년 채용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채용된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을 강요당하게 되고 노동자들끼리 갈등한다. 저성과자 해고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취업규칙을 거부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정규직들에 대한 구조조정, 비정규직과 청년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는 모두가 함께 대응해야 할 과제이다. 정부가 노동자들을 갈라놓고 갈등하도록 만듦으로써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빼앗으려 하지만 우리는 ‘노동자 전체의 권리’를 위해서 함께 싸워야 한다. 모든 노동자는 ‘안정적으로 일할 권리’가 있다. 모든 노동자는 ‘함부로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모든 노동자는 ‘생활할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그나마 아주 일부에게만 보장되던 이 권리를 이제는 모두 빼앗아 기업에게로 넘겨주려고 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두고 볼 수는 없다.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노사정합의 이후로도 결코 멈추지 않았고, 기업과 정부는 법률과는 무관하게 다양한 형식으로 그 구조개악을 시도하면서 밀어붙일 것이다. 이런 시도를 개별 현장의 힘만으로 막을 수는 없다. 4월 24일에 민주노총이 선제적 파업을 했던 것은 현장에서 개별대응하지 않고, 하나의 전선을 만들어서 힘있게 공동대응을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는 그 전선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노총의 6월말 7월초 파업이 4월보다 더 힘있게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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